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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사업주 사업장에서의 수급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1. 대법원 2020-04-09 선고, 대법원 2020.4. 9. 선고 2016도14559 판결
  2. 저자 심재진

【판결요지】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이 밀폐공간이어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 제2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법 제24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위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 제66조의2, 제24조 제1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

 

현재와 같이 전면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의 구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그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상 사업주인 수급사업주와 도급사업주 모두에 대해 안전조치의무와 보건조치의무(이하 통칭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즉 사내하도급 근로자들과 직접적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수급사업주에 대해서는 제23조와 제24조를 통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과하고, 도급사업주에 대해서는 제29조 제3항을 통해 특별한 안전·보건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일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에게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전자의 의무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고, 그 고용노동부령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산업안전보건기준)이다. 후자의 의무도 구체적인 조치사항에 대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도 산업안전보건기준이 된다. 이 기준은 사업주별로 구별이 없이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 사항을 규정함에 따라 수급사업주가 제23조와 제24조에 따라 그 근로자들에 대해 취해야할 안전·보건조치의무와 제29조 제3항에 따라 도급사업주가 일정한 조건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에 대해 취해야 할 안전·보건조치의무가 동일해지며, 단지 사업주만을 달리하여 중복적으로 부과된다.

이러한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율 하에서 2015년 1월 12일 LCD, OLED 등을 생산하는 E회사 파주공장에서 사내하도급업체 근로자 3명이 질소질식에 의한 산소결핍으로 사망하였다. 사망한 근로자 3명 중 2명은 C회사 소속이며, 1명은 D회사 소속이었다. C회사는 E회사 파주공장에서 자신이 공급한 장비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D회사는 C회사가 E회사에 공급한 장비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이다. 사망한 근로자 3명은 E회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 사고 당일 장비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주공장을 방문하여 작업장소인 4번 체임버에 들어갔다가 이와 같은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에 대하여 E회사 5명, C회사 2명, D회사 1명이 모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었으며, 동시에 이들 중 산업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E회사의 상무는 구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제29조 제3항) 위반죄로 C회사의 부장(A), 그리고 동시에 D회사의 대표이사(B)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보건조치의무(제24조 제1항) 위반죄(제66조의2 적용포함)로 추가로 기소되었으며, 이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의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인 E회사, C회사, D회사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 제1심과 원심을 거쳐 총8명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E회사와 이 회사 상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 대해 모두 유죄가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제1심법원과 원심법원은 A와 B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따라 C회사와 D회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A와 B, C회사와 D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 대해 무죄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만 검사가 상고하여 이 사건 대법원에서는 이 부분만이 다루어졌다. 대법원은 위 판결요지에서 인용한 판례법리에 근거를 두고 원심의 무죄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이 사건 원심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은 판례법리를 설시하였다.

 

“앞서 본 판례의 법리와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항 제2호에서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정하고 있는 점 등 위 법의 전체적인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여기에서의 사업주는 원심이 설시한 바 대로 ‘사업장을 직접 지배·관리하면서 운영하는 사업주’ 즉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하며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을 결정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 한한다고 할 것이다.”

 

구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와 제24조의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가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업주 중에서 사업장을 지배·관리하지 않는 사업주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근거가 원심에서는 다소 불분명하다. 이와 달리 이 사건 1심에서는 그 근거로 산업안전보건기준의 관련 규정을 들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작업장소가 해당되는 밀폐공간에서의 조치사항을 규정하고 있다(제619조~제626조). 제1심법원은 이 규정들이 대부분 밀폐공간이 있는 작업장에 설비 등을 설치하거나 출입을 통제할 권한 등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위 법리의 근거로 삼았다. 예를 들어 밀폐공간 작업시 환기 조치(제620조)는 작업장 환기시설을 관리할 권한을 전제로 하고 있다.

원심은 이와 같은 법리를 근거로 하여 A와 B는 E회사 파주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하며,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의무가 없어 제24조 제1항에서 정한 보건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근로계약상의 사업주가 그 사업주에 의해 작업공간 등이 지배·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내하도급 업체는 도급사업주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자신의 근로자에 대해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취할 의무가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라도 근로자파견관계가 아니어서 지휘·명령권이 있는 수급사업주가 어떠한 형태로도 안전·보건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안전·보건조치에는 작업공간과 작업환경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지휘·명령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위의 판례법리를 통해 수급사업주에 의해 직접 관리·통제되지 않은 도급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수급사업주가 이들 근로자의 근로계약상의 사업주로서 안전·보건조치의무가 있다고 함으로써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에 대한 도급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중복적으로 존재하게 됨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도 위와 유사하게 근로계약상의 사업주인 수급사업주와 도급사업주에게 중복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38조, 제39조, 제63조 참조). 다만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에 대한 도급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에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를 제외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제63조 단서). 따라서 산업안전보건기준의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 사항 중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도급사업주가 그 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에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의 안전·보건조치 중 작업공간을 지배·관리하지 않는 수급사업주가 현실적으로 취하기가 불가능한 조치는 제외하고 실행가능한 조치만을 기준으로 안전·보건조치의무의 위반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도 분명해졌다. 이러한 점은 위의 판결요지에 소개된 내용의 판례법리에 따라 이루어진 사실관계의 검토에 드러나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로 보아 C회사와 D회사 소속 근로자들이 E회사 파주공장에 진입한 이후에는 C회사와 D회사가 작업에 직접적으로 관리·감독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정만으로 제24조 제1항의 보건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그 근거로 직접 관리·통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라고 보았다. 대법원이 그러한 조치의 예로 든 것은 산업안전보건기준 제619조에서 명시된 공기상태의 측정(제1호), 송기마스크의 비치(제3호)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조치들이 예를 들어 작업공간의 환기(제620조) 등과 같이 작업공간을 지배·관리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조치들과 달리 수급사업주가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본 것이다.

필자는 대법원의 이러한 해석이 현재 사내하도급의 근로관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 합리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법원과 같이 현실적인 실행가능성을 보면, 수급사업주와 도급사업주가 각각 취해야 하는 안전·보건조치의 범위가 축소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 도급사업주와 수급사업주에게 중복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가 근로관계의 특성상 안전과 보건의 관리가 특히 취약한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수급사업주 자신이 지배·관리하지 않는 작업공간에서 실행가능한 안전·보건조치는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예를 들어 수급사업주는 해당 작업공간을 지배·관리하는 도급사업주에게 작업공간의 지배·관리권한으로 도급사업주만이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른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요구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수급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않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기준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준에 따른 안전·보건조치를 요구했는지에 따라서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이 사건 제1심법원이나 원심법원도 밀폐공간의 작업과 관련한 산업안전보건기준의 보건조치 중 수급사업주가 담당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음을 알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제1심법원과 원심법원이 이 사건의 수급사업주가 구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의 사업주가 아니라고 본 것은 앞서 판결문에 분명하게 나와 있지 않다. 다른 평석의 지적처럼 개별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의 성격에 따라 사업주를 달리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서 파생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을 수도 있다. 즉 사업주가 일의적이고 통일적으로 확정되어야 하므로 보건조치의 다수 조항들이 작업공간을 관리·지배하는 것을 근거로 하여 수급사업주는 보건조치의무를 갖는 사업주가 아니라고 이 사건 하급심 법원이 보았을 수 있다. 하지만 시행규칙인 산업안전보건기준의 일의적이고 통일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지휘명령권을 갖는 근로계약상의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하는 모법규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만 제1심법원과 원심법원의 판단은 도급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과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기준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성을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다. 먼저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나와 있는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는 사업주가 근로자들의 작업공간을 지배·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급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기준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예를 들어 수급사업주가 작업공간을 지배·관리하는 도급사업주에게 특정의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도록 하는 등 사내하도급 근로관계에 맞는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제조업 등에서 사내하도급의 역사 규모나 비중을 생각하면 산업안전보건기준의 현재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낙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법원에서 다투어진 법적 쟁점에 대한 설명과 평가로 이 사건에 대한 평석을 마치는 것은 통상의 경우에는 적절할지 몰라도 이 사건에서는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이 사건에서 3명이 사망하게 된 사실상의 원인과 이와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규범적인 평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E회사가 C회사와 D회사의 근로자들이 일할 작업공간의 운영체계가 바뀐 것을 C회사 등이나 그 하도급 근로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질소질식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체임버는 이전까지는 질소공급이 멈출 때만 게이트가 열리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도급사업주는 질소공급이 되어도 게이트가 열릴 수 있도록 운영체계를 바꾸었으나 이 사실을 C회사 등에 알리지 않았다. 하도급 근로자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게이트가 열려 있어 질소공급이 중단되었다고 생각하고 체임버에 들어갔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 사건 하급심 법원은 밀폐된 작업공간 운영체계의 변경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사망사고가 발생하게 된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인정하였고, 이를 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E회사의 직원들에 대한 유죄 인정의 근거로 들었다.

그렇지만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당시의 산업안전보건법은 밀폐된 작업공간의 운영체계가 바뀐 것을 수급사업주나 그 근로자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가 없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사고 발생 후 2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인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현재는 질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하도급 근로자가 작업하는 경우 도급사업주가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다. 현 산업안전보건법 중 특히 도급사업주의 의무와 관련된 조항은 이처럼 관련하여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고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뒤늦게 반복적으로 개정이 이루어져 왔다.

 

심재진(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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