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및 건너띄기 링크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고용노동정보

노동판례리뷰

홈 고용노동정보 노동판례리뷰
인쇄

대학의 위기와 교수의 지위

  1. 대구고등법원 2018-06-22 선고, 2017나24763
  2. 서울중앙지방법원2018-07-26 선고, 2017가합581710
  3. 헌법재판소2018-08-30 선고, 2015헌가38
  4. 저자 노호창
【판결요지】
<1> 대구고등법원 2018. 6. 22. 선고 2017나24763 판결원고는 임용기간의 만료로 교원의 신분을 상실한 상태에서 개정후인사규정이 정한 재임용기간 2년을 그대로 수용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청약하여 피고의 승낙을 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개정후인사규정이 D대학교 교원들의 과반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 중 재임용기간 부분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효력이 있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26. 선고 2017가합581710 판결피고 대학이 이 사건 개정 후 규정과 지침을 개정하기에 앞서 강의전담교수들에게 그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강의전담교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았다거나, 이 사건 개정 후 2016년 재임용에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재임용 연장기간에 관한 이익이 침해되는 원고의 동의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 피고 대학은 고용계약 갱신에 관하여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는 원고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없이 고용계약 갱신을 거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3> 헌법재판소 2018. 8. 30. 2015헌가38 결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2010. 3. 7. 법률 제10132호로 개정된 것) 제2조 본문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20. 3.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

 

 

 

최근 정부는 대학기본역량평가(이하 ‘대학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전국 320여개 대학(일반대학 187개, 전문대학 136개)이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구분되었고, 자율개선대학이 아닌 대학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이 일부 혹은 전면 제한되고 정원 감축되며 학생에 대한 정부 지원도 제한된다. 자칫 잘못하면 퇴출의 수순을 밟게 된다. 대학이 퇴출되면 학생들이야 주변 대학으로 특별편입되어 졸업의 기회를 제공받지만, 교직원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고, 대학 주변의 지역 경제는 붕괴된다.
정부가 대학평가를 통해서 대학을 퇴출시키는 이유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대학에 들어오는 입학생은 1997년 IMF 이후 출생자들이다. IMF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변했다. 비정규직이 확산되었고 직업과 소득이 불안정하니까 연애와 결혼, 출산이 어려워졌다. 인구 재생산이 감소하면서 그 파급효과를 이제 대학들은 온몸으로 맞이하게 된 상황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학령인구가 60만 명대이지만 2019년에는 50만 명대, 2020년에는 40만 명대로 곤두박질친 뒤 이후에는 40만 명대로 유지된다.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대학진학률을 고려할 때, 실제 대학 입학생은 30만 명대, 20만 명대로 감소하게 되고 대학의 재정수입에 심각한 타격이 생긴다는 의미가 된다.
국공립대학이든 사립대학이든 현재의 우리나라 대학은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학교운영비, 학생지원비, 교직원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올라간데 반해, 등록금은 동결된 상태이고 학생 수는 줄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등록금만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된 지 오래다.
당장 내년만 되어도 대학진학자보다 대학신입생 정원이 많아질 것인데, 학생 충원이 되지 않아 곤란을 겪을 대학들이 많아지게 된다. 대학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가 아닌가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곳곳에서 곡성(哭聲)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학생들이 몰리는 수도권은 어느 정도 충원이 될 것이지만 이제 낙수효과가 사라지게 되므로 지방대학들은 고난의 행군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그 동안 정부의 대학 정책은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맞춰서 공급을 적절히 조절하지 않고 자유화라는 미명 하에 남설(濫設)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그렇게 해서 대학의 수가 늘어나고 이제는 대학의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시장에 맡겨두면 경쟁력이 없고 부실한 대학은 시장의 힘에 의해 도태되겠지만, 정부는 시장에 맡겨두지 않고 개입하는 방법론을 택했다. 이번 2018년 대학평가를 통해 정부는 약 1만 명의 정원을 축소할 전망이다. 그리고 2021년, 2024년까지 3년 단위로 대학평가는 계속 다가온다. 격렬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대상판결의 세 가지 사안은 개별적으로는 서로 무관한 사안들이지만 각각의 사안들은 사실 대학환경의 변화라는 무대에서 발생했고 또 발생하게 될 연속된 하나하나의 장면이다.
첫 번째 대상판결의 경우, 교원의 재임용계약의 성격을 재확인하고 있다. 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사립대학 교원은 학교법인의 정관이나 인사규정 또는 임용계약에 재임용 강제조항이 있거나 임용기간은 형식에 불과하고 임용계약이 계속 반복ㆍ갱신되어 연쇄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의 기대나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을 뿐, 그와 같은 심사에 의해 재임용되지 않은 이상 그 임용기간 만료로 교원의 신분은 상실되고, 그런 경우의 교원 재임용 계약은 새로운 신분관계를 설정하는 계약으로서 학칙 기타 학내 규정이 재임용 당시 이미 변경되었다면 재임용 계약 체결은 그러한 변경된 규정에 대한 수용의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재임용 이후에는 변경된 규정이 적용된다. 첫 번째 대상판결의 경우, 원고가 대학교에 전임강사로 임용되어 조교수로 재임용되고 이후 부교수(6년)로 재임용된 후 부교수 재직 중 폐과 면직되었다가, 폐과 면직에 대한 무효확인소송 도중 인사규정에서 부교수 재임용 기간이 2년으로 변경된 후, 무효확인소송에서 승소하여 복직됨과 동시에 2년 기간으로 부교수 재임용을 받았는데, 부교수 계약기간 2년을 다툰 것이다. 즉 원고는 자신의 부교수 임용기간은 2년이 아니라 예전처럼 6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법원은 피고 학교법인의 정관이나 인사규정 기타 임용계약에 재임용 강제규정이나 임용기간이 형식에 불과한 사정 등은 없었기 때문에 재임용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기존의 판례 입장에 따라 부교수 계약기간은 2년이 맞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의 논리나 결론 자체는 타당하고 특별히 문제가 없다. 다만 이 사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다툼의 배경이 된 대학구조조정과 교수에 대한 폐과 면직 부분이다. 피고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은 2011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2012년, 2013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되었고 신입생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가 속해있는 학과가 모집중지 후 폐과되었고 원고는 폐과와 동시에 면직되었던 것이다.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은 학급이나 학과의 개폐에 의하여 폐직되거나 과원이 된 때를 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폐과 그 자체가 교수에 대한 면직 사유는 된다. 그렇지만 폐과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면직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전직이나 배치전환 등을 통해 면직을 회피하거나 면직을 최소화해야 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향후 다수의 대학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겪어야 하고 학과 통폐합 단계에서 폐과를 이유로 교수를 면직시키는 사례들이 자주 등장할 것인바, 면직회피노력을 다해야 하고 면직이 불가피한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대상판결의 경우 소위 강의전담교수의 재임용 거부가 문제된 사안이다. 사안에서 원고는 대학에서 강의전담교수로 1년 단위로 4차례 재임용되어 왔으나 인사규정과 지침개정으로 최대 계약기간이 6년에서 5년으로 축소되었다는 이유로 재임용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법원은, 이 사건 인사규정의 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지만 이에 대해 강의전담교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원고의 재임용 연장기간은 최초 임용기간을 포함하여 최대 6년이고 피고 대학은 고용계약 갱신에 관하여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는 원고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계약 갱신을 거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여 피고의 재임용 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학이 대학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때로는 다소 저열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관리를 세련되게 할 필요는 있다는 점이다. 요즘 많은 대학에서 대학평가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전임교원강의비율을 맞추기 위해 적은 비용으로 강의전담교수라는 비정년트랙을 만들어서 교원을 1년 단위로 채용하여 강의를 맡긴다. 그런데 강의전담교수의 주당 강의시수는 12시간이 넘는 반면에 임금 수준은 전임교원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그렇다고 해서 타교 출강이 허용되는 것도 아닌 매우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대학평가 지표를 맞추기 위해 형식상 전임의 꼬리표를 붙여두고 있지만 실질은 대학이 그들의 열악한 처지를 악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비정년트랙이므로 재임용을 매년 한다고 해서 재임용 전체 기간을 임의로 단축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이는 단지 법적인 측면에서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어리석은 방법이다. 오히려 비정년트랙의 교수라도 성과나 충성도에 따라 정년트랙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역량있는 강의전담교수를 정년트랙으로 전환시켜준다면 대학 경쟁력이 강화된다.
세 번째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대학 교원의 단결권에 관하여 처음 판단한 결정으로서, 교육공무원인 대학 교원과 공무원 아닌 대학 교원에 대하여 일체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교수도 본질적으로는 근로자라는 점에서 지극히 타당한 판단을 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이 결정이 대학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생각해보면, 반드시 교수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교수는 자유롭게 연구하고 책임시수 강의만 수행하면, 특별히 비위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그 누구로부터도 간섭을 받지 않는 안정된 지위와 독립성, 자율성을 누려왔다. 또한 교수 스스로도 자기자신이 본질은 근로자라는 인식을 과연 몇이나 해보았을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근로형태의 특수성이나 교원지위법정주의로부터 오는 자유로운 학문활동과 안정성은 교수라는 직업이 주는 중요한 매력요소였다.
그런데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교수도 근로자라는 메시지를 대학과 사회에 분명히 전달하였다. 향후 입법에서 교수노조의 결성범위를 전국단위로 허용할지 학교 단위로 허용할지 알 수는 없지만, 교수도 노조를 결성하여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수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협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한편 이제 학교 입장에서는, 교수도 근로자이므로 주5일, 9-6 근무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근태 관리를 당연하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물론 교수는 연구가 주된 업무이므로 일반 근로자처럼 근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대학평가에 있어서 교수의 연구는 대학평가지표에 들어있지 않다. 즉 퇴출대학을 정하기 위한 대학평가의 주요 평가요소는 전임교원확보율, 교사(校舍)확보율, 교육비환원율, 법인책무성, 교육과정, 수업관리, 학생평가, 학생지원, 입학율, 재학율, 취업률, 지역사회기여, 구성원참여소통, 재정안정성 등 주로 교육관련 지표이고 교수의 연구성과나 연구실적은 전혀 해당 교수가 속해있는 대학에 대한 평가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 교수의 연구는 별 의미가 없게 되어 있다. 교수의 연구는 그저 자신이 속한 대학 내에서의 승진, 승급, 연봉평가를 위한 것으로 전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보니 퇴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이제 교수가 시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연구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게 되었고 회사처럼 월-금 출근, 9-6 근무를 통해, 강의하고 학생 상담하고 학생 관리하여 재학율 높여서 재정에 기여하고 대학평가를 잘 받아서 퇴출되지 않는 것이 향후 살아날 길이 된 것이다. 물론 수도권이냐 지방이냐 또는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지방의 경우 대학이 대학본연의 아카데믹한 모습을 빼앗긴 지 오래되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그 타당성과는 별개로 대학과 사회에 학문연구자라기보다는 지식노동자로서의 교수의 지위를 부각시켰고 그러한 모습은 대학평가와 맞물려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호창(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참고자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