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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죄의 죄수(罪數)와 공소사실의 동일성

  1. 대법원 2018-07-11 선고, 2013도7896
  2. 저자 권오성

[판결 요지] 

<1> 근로기준법 제43조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고(제1항),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제2항).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 제43조를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매월 일정하게 정해진 기일에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 전부를 직접 지급하게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려는 데에 입법 취지가 있으므로, 사용자가 어느 임금의 지급기일에 임금 전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 각 규정을 위반한 죄가 성립한다.

<2>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이 매월 일정한 날짜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이 곧바로 적용될 수는 없더라도, 사용자가 그 전액을 지급기일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로써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1항 위반죄는 성립한다.

<3> 갑 주식회사 대표이사로서 사용자인 피고인이 갑 회사 근로자들의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정기지급일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2항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공소장 기재 적용법조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2항’으로 되어 있으나, 공소사실의 내용은 ‘피고인이 2006년 발생분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정기지급일인 2008. 2. 7.경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임이 명백하여,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는 ‘피고인이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전액을 지급기일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이므로, 공소장에 기재된 적용법조 중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오기이거나 법률적용의 착오이고, 피고인이 제1심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였던 사실과 심리의 전 과정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에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적용하는 것으로 적용법조를 바로잡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된다고 하기 어려운 데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대상판결은 2007년 경남제약에서 ‘고품질향상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태업 및 일부파업 등의 쟁의행위와 이에 대항하여 단행된 회사의 직장폐쇄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쟁송들 중 하나에 관한 판결이다. 2003. 9.경 녹십자에 인수된 경남제약은 인수 후 4년만인 2007. 7.경 HS바이오팜에 다시 매각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제약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라고 한다)는 회사와 특별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결렬되자 태업, 일부파업 등 쟁의행위를 이어갔고, 이에 회사는 2007. 9. 21.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하였다. 이 사건 지회는 2007. 11. 29. 이후 피켓시위나 구호연호 외에 불법적인 쟁의행위는 하지 않았으나, 회사는 2007. 11.말경부터 사무직 근로자들을 생산라인에 투입하여 대체생산을 하였다. 이에 이 사건 지회는 2007. 12. 28. “현장으로 복귀하여 근무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조합원 56명의 자필 ‘근로의사표명서’를 첨부하여 회사에 발송한 것을 비롯하여 2007. 12. 31.부터 2008. 3. 17.까지 약 44여 회에 걸쳐 복귀의사를 밝혔으나, 회사는 “공식적 입장을 통해 불법파업을 인정하고 향후 매각반대 등 목적을 위하여 폭력과 파괴를 동반한 불법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조합원들을 업무에 복귀시키지 않았다. 2008. 1. 21. 관할 고용노동청이 “노동조합이 조업복귀의사를 명확히 한 경우 직장폐쇄를 해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하였으나, 회사는 직장폐쇄를 풀지 않다가 2008. 4. 7.에 이르러서야 직장폐쇄를 철회하였다.

대상판결은 경남제약이 조합원들의 개별적 근로의사표명이 시작된 2007. 12. 28. 이후에도 계속하여 직장폐쇄를 유지한 것은 노동조합의 운영에 지배·개입할 의사에 기한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공격적 직장폐쇄’의 위법성에 관한 발레오만도 사건 및 상신브레이크 사건과 괘를 같이 하는 것이다. 특히 위 판결들이 임금 청구에 관한 민사 판결인 것에 비하여 대상판결은 ‘공격적 직장폐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범죄를 구성한다는 점을 명확히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러한 집단법상 쟁점 이외에도, 대상판결은 경남제약의 직장폐쇄 과정에서 회사가 ‘2006년 발생분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정기지급일인 2008. 2. 7.경 지급하지 아니’한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임금체불죄의 죄수(罪數)와 공소사실의 동일성 등 형사법적 쟁점에 관해서도 유의미한 판단을 하고 있는바, 이 글은 이러한 부분을 검토의 대상으로 한다.

종래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3조 제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법 제109조 제1항은 법 제43조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매월 일정하게 정해진 기일에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 전부를 직접 지급하게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으므로, 사용자가 임금의 지급기일에 임금 전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 각 법규정을 위반한 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여 사용자가 임금의 정기지급일에 ‘정기일 지급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이는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위반죄와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는 동조 제2항 위반죄를 모두 구성한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2년 1월 시간외 수당 미지급 부분은 사용자가 매월 1회 이상 일정 기일에 지급하여야 할 임금의 전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이므로 이에 대하여는 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1항, 제2항이 모두 적용될 수 있으나 다만 하나의 죄만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위반죄와 동조 제2항 위반죄의 관계를 상상적 경합으로 보았다. 한편,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장 적용법조에는 법 제43조가 포괄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이 2012년 1월 시간외 수당과 2012년 2월분 정기상여금 전부를 그 지급기일보다 늦게 지급한 사실은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으며, 그밖에 제1심에서부터 원심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주장내용 기타 심리의 전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소사실이 법 제43조 제1항 및 제2항에 위반되는 행위 모두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위반죄와 동조 제2항 위반죄의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긍정하였다.

한편, 대상판결의 원심판결은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미지급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의 공소사실이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2항 위반으로 기소된 것임을 전제로,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은 매월 일정한 날짜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정기일 지급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이 정기일 지급 임금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심판결의 판단은 긍정하면서도 “사용자가 그 전액을 지급기일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로써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1항 위반죄는 성립”함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공소장 기재 적용법조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제2항’으로 되어 있기는 하나, 그 공소사실의 내용은 ‘피고인이 2006년 발생분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정기지급일인 2008. 2. 7.경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임이 명백하므로, …… 결국 공소장에 기재된 적용법조 중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오기이거나 법률적용의 착오라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였던 사실과 심리의 전 과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적용하는 것으로 적용법조를 바로잡는다고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된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해당하는 임금 전액의 미지급 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먼저 심리·판단하지 않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43조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위반죄와 동조 제2항 위반죄의 죄수관계 등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재확인하고 있음은 물론, 연차휴가미사용수당과 같이 정기일 지급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임금이라도 그 지급일에 이를 전부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위반죄를 구성한다는 당연한 법리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권오성(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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