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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영업의 자유와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충돌

  1. 대법원 2018-09-13 선고, 2017두38560
  2. 저자 문준혁

【판결요지】

기업의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의 자유 등 영업의 자유와 근로자들이 누리는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이 ‘근로조건’ 설정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경우에는, 근로조건과 인간의 존엄성 보장 사이의 헌법적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과 함께 기본권들 사이의 실제적인 조화를 꾀하는 해석 등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두 기본권 행사의 한계 등을 감안하여 두 기본권의 침해 여부를 살피면서 근로조건의 최종적인 효력 유무 판단과 관련한 법령 조항을 해석ㆍ적용하여야 한다. 

 


1987년의 노동자 대투쟁에서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첫 번째 요구사항은 임금인상이 아니라 두발 자유화였다고 한다. 이는 용모에 대한 규율이 근로자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그 후 30년이 지나, 소속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 사건 취업규칙은 항공기 기장인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여 무효라고 본 대상판결이 선고되었다.
국내외 항공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원고 회사는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규정’을 통해 남자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였으나,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었다(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 원고 회사는 이 조항에 따라 참가인에게 면도를 지시하였으나, 참가인이 이에 불응하자 참가인의 비행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 그러자 참가인은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조항의 유효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 사건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도 없으며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구제명령을 인용하였다. 이후 이어진 행정소송의 1심에서는 이 사건 비행정지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으나, 2심에서는 이 사건 규정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함으로서 헌법 제11조 및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설령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비행정지의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원고와 피고의 승패가 엇갈리면서 진행되어 온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 사건을 기업의 경영의 자유(영업의 자유)와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근로조건 설정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기본권 충돌상황으로 파악하고, 양자 간의 이익형량과 조화적 해석을 통해 근로조건의 최종적인 효력 유무 판단과 관련한 법령 조항을 해석ㆍ적용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조항의 유효성을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상판결은 원고가 헌법상 영업의 자유 등에 근거하여 제정한 이 사건 조항은 참가인의 헌법상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므로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 민법 제103조 등에 따라 무효이고, 따라서 이에 근거한 이 사건 비행정지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 소속 직원들이 수염을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기르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참가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고, 용모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원고 소속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으로 인하여 언제나 영업의 자유에 미치는 위해나 제약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수염의 형태를 포함하여 용모와 복장 등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향후 근로자의 복장 및 용모 규율과 관련된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사건 조항의 업무상 필요성과 합리성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용모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를 고려하면 수염을 기른다고 하여 반드시 고객에게 부정적인 인식과 영향을 끼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해 직원들의 책임의식과 고객의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고 볼 합리적인 이유와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복장 및 용모 제한의 업무상 필요성과 합리성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을 원고 회사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기본권의 상호조화적 해석을 시도하면서 이 사건 조항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이러한 충돌상황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였는데,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개별적인 업무의 특성과 필요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방식으로 복장 및 용모 등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한지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의 참가인은 직접 고객 등을 대면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직접 고객 등을 대면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업 근로자의 용모에 대해서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될 여지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복장 및 용모 규율과 관련된 선례로서 의의가 있는 한편, 이른바 ‘경영권 판결’ 및 취업규칙의 법적 성질에 관해서도 시사점이 있다. 먼저 대상판결과 그간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던 이른바 ‘경영권 판결’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3년 선고된 경영권 판결에서는 경영권을 시장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재산권(헌법 제23조 제2항)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에서 도출하면서, 이러한 경영권에도 내재적 한계가 있기는 하나 경영권과 노동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화시키는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제상의 창의와 투자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증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유의하여야 한다는 입장에 서서,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주체의 경영상 조치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상판결이 설정한 ‘기업의 영업의 자유와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라는 기본권 충돌구도 자체는 경영권과 노동3권의 충돌을 다루었던 경영권 판결의 구도와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대상판결은 이러한 기업의 영업의 자유는 무제한 적인 것이 아니라 그 의사결정과 관계되는 또 다른 기본권 주체인 근로자와의 관계 속에서 그 존엄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화롭게 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경제학적 논증을 해석기준으로 내세웠던 경영권 판결에 비해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경영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기업의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의 자유 등 영업의 자유’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경영권이라는 포괄적 권리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있으며, 또한 헌법 제32조 제3항과 제33조, 헌법 제119조 제2항의 취지를 근로자의 존엄성 보장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3권에 대한 경영권의 우위를 인정하는 듯한 과거의 경영권 판결에 비해 진일보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법원의 인식변화는 영업의 자유와 노동3권이 충돌하는 상황, 즉 이른바 경영사항에 대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대상판결은 어디까지나 보충적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판결이기는 하지만, 기업의 영업의 자유의 한계를 밝히면서 그 근거의 하나로 노동 3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 노동쟁의 또한 ‘근로조건 설정’을 둘러싼 주장의 불일치 상태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경영사항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과거의 원칙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듯, 기본권 충돌상황은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과 기본권들 사이의 ‘실제적인 조화’를 꾀하는 해석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상판결은 2003년의 경영권 판결에 비해 진일보한 인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경영권 판결의 법리가 취업규칙의 영역으로 전이(轉移)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조항을 ‘헌법상 영업의 자유 등에 근거하여 제정’한 것이라고 판시한 부분은 ‘취업규칙은 사용자의 기업경영권에 기해 작성되는 것’이라는 1977년의 대법원 판결을 떠올리게 한다. 1977년 이후 선고된 대법원 판결들에서는 취업규칙의 법규범성을 언급하면서도 그 제정근거가 ‘사용자의 기업경영권’에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았지만, 대상판결은 이러한 1977년 대법원 판결의 인식이 여전히 지속되어 왔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상판결이 기존의 인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취업규칙에 대한 사용자의 권한을 헌법상 영업의 자유에 근거한 것으로 격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취업규칙이라는 제도가 헌법 제33조와 근로기준법 제4조에서 천명한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의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헌법상 영업의 자유에 의해 제정된 취업규칙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기본권 간의 구체적 이익형량이나 조화적 해석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대상판결의 논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와도 일견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점에서 취업규칙에 대한 사용자의 권한을 헌법상 자유로 격상시키는 대상판결의 인식은 결국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이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도 배치되는 것이고, 특히 최근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로 인해 취업규칙이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사용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종의 경영담론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업규칙 제정이 사용자의 헌법상 영업의 자유에 의한 것이라는 대상판결의 입장이야말로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ㆍ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영업의 자유만큼이나 근로조건에 대한 근로자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준혁(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박사과정 수료, 노동판례리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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