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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기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

  1. 대법원 2018-10-12 선고, 2015두38092
  2. 저자 김린

【판결요지】

[1]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3] 방송연기자 중에는 참가인(한국방송공사)에게 전속된 것으로 보기 어렵거나 그 소득이 참가인으로부터 받는 출연료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략) 방송연기자와 참가인 사이의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보면, 방송연기자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방송사업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므로 전속성과 소득의존성이 강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방송연기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임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의 원고인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연기자노조’)은 탤런트, 성우, 코미디언(개그맨), 무술연기자 등 방송연기자를 조직대상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연기자노조는 한국방송공사(이하 ‘KBS’)와 출연료 등에 관한 단체협약을 25년여간 체결해 오고 있다가 2012년 갱신체결을 위한 교섭이 타결되지 않던 중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되자 KBS의 다른 근로자들과 교섭단위를 분리해 줄 것을 노동위원회에 신청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KBS는 KBS에 소속된(즉, 전속기간 중에 있는) 연기자노조에는 연기자가 없으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 동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1항에 의해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할 수 있는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교섭단위 분리에 관한 신청인적격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특정 사업자에게 전속되어 있지 않으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비전속 방송연기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사건의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근로자성 인정), 중앙노동위원회(부정), 1심 서울행정법원(부정)과 2심 서울고등법원(인정)을 거치며 결론이 오락가락하였다.

한편 이 사건의 상고심 계속 중 대법원은 학습지교육 상담교사들이 노동조합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인정기준을 종래보다 구체적으로 밝혔고(대법원 2018.6.15. 선고 2014두12598, 2014두12604(병합) 판결), 그 후 하급심에서도 대법원이 새로 제시한 기준을 적용하여 자동차 판매대리점주와 자동차 판매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 판매 및 수금, 채권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차 판매원(이른바 카마스터)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8.8.16. 선고 2016구합53098 판결 등).

대법원이 학습지교육 상담교사 사건에서 제시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인정기준은 위 판시[1]과 [2]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판시[1]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특징적 징표를 추출한 것으로서 사용종속성과 생계의존성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되며,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보아야 한다. 즉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한 충분조건을 제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판시[2]를 대법원이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판시[2]의 문구만 보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는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노동조합법의 해석에 관한 당연한 논리를 확인하고 있는데 불과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판시[2]는 판시[1]과의 관계 혹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는데, 대상판결의 판시[3]은 바로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대상판결 사안으로 돌아가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방송연기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의 관건은 위 판시[1]에서 제시된 세부 판단요소 중 전속성 및 소득의존성의 정도에 대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위 판시[1]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여부,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여부를 고려요소로 제시하고 있는바, 전속성과 소득의존성의 정도를 강하게 요구한다면, 연기자노조에 속한 방송연기자 중에는 전속계약을 체결한 자가 전혀 없다(자연히 KBS에 전적으로 소득을 의존하고 있는 자도 없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이 부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위 쟁점에 대한 판단에 앞서 방송연기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근거로 다음과 같은 점을 제시하였다. 즉, ①KBS가 방송연기자의 출연료 등 보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점, ②방송연기자가 제공하는 노무인 방송연기는 KBS의 방송사업 수행을 위한 필요요소이며, 방송연기자는 KBS 등 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을 통해 방송연기시장에 접근하는 점, ③방송연기자 업무의 기본적 내용은 KBS가 지정하는 역할과 대본 등에 의해 결정되며, KBS가 방송연기자들의 업무 수행과정에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하는 점, ④방송연기자가 KBS로부터 받는 출연료에는 저작인접권에 대한 대가가 일부 포함되기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방송연기라는 노무제공의 대가에 해당하는 점, ⑤그동안 KBS는 방송연기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이며, 원고 역시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함을 전제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해 온 점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시에 이어 위 판시[3]을 설시하며, KBS가 문제삼은 지점에 대한 답을 했다. 즉, 전속성과 소득의존성이 강하지 않더라도 방송연기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KBS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판시[3]은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강한 경우 판시[1]의 적용강도를 완화해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사용자들은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성 인정기준(판시[1])에 해당하지 않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러한 시도가 효과를 발휘하게 되면 노동조합법은 더 이상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판시[2]는 이러한 시도에 대항하여 노동조합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한 보루가 된다. 법원이 요건충족 여부만을 기계적으로 따지는 경우에 구체적 타당성을 상실한 판결을 할 때도 있다. 대상판결은 판시[2]가 지니고 있는 실질적 의미를 밝힘으로써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새로운 해석기준을 세밀하게 다듬어 판시[1]의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오류를 예방한다는 점에서 해석론적 의의가 있다. 나아가 실무적으로는 근로계약이 아니더라도 한시적 계약으로 특정 사용자에게 일시적․간헐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게도 노동3권이 보장됨을 확인하였다는 의의도 있다.

학습지교육 상담교사에 대한 판결이 세상에 나왔을 때, ‘특정 사업자’라는 표현이 판결문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전속성 및 소득의존성의 요건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의 인정범위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전속성과 소득의존성을 강조하게 되면 일의 파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조합법은 무력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법원이 장차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에 대한 법리를 어떻게 축적해 나갈지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

 

김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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