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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

  1. 대법원 2019-02-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2. 저자 도재형

판결요지

대법원은 1989.12.26. 선고한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에서 일반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또는 육체노동을 주로 생계활동으로 하는 사람(이하 육체노동이라 한다)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55세라고 본 기존 견해를 폐기하였다. 그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60세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하여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위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 사정들이 아래와 같이 현저히 변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

 

 

1. 사안의 내용 및 대법원의 판단

 

피해자(남, 2011.3.7.생, 사고 당시 약 4세 5개월)는 2015.8.9. 그 부모인 원고 1,2 및 누나인 원고 3과 함께 수영장을 방문한 후 혼자 수영장을 돌아다니다가 풀장으로 떨어져 사망하였다. 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들은 위 수영장의 설치․운영자 피고 1 및 안전 관리 책임자 피고 2를 상대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그 재판에서 원고 1, 2는 피해자의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이 만 65세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은 피해자의 일실수입(소득 및 가동연한)에 관하여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21개월의 군 복무를 마친 때부터 만 60세가 되는 때까지 도시일용노임을 적용하였다.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에 대해, 대법원은 1989.12.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만 55세라고 본 기존 견해를 변경한 이후, 리뷰 대상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만 60세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하였다. 1심과 항소심은 이러한 대법원의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를 따른 것이었다.
상고심에서는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판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고, 대법원은 2018.11.28. 공개변론을 거쳐 2019.2.21. 위와 같이 그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하는 리뷰 대상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 판결에서 대법원은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경험칙의 기초가 된 제반 사정이 현저하게 변한 점을 지적하였다. 다수의견이 근거로 삼은 변화는 다음과 같다.
①국민 평균여명이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에는 남자 79.0세, 여자 85.2세로,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었다.
②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516달러에서 2015년 27,000달러를 넘어 2018년에는 30,000달러에 이르는 등 경제 규모가 4배 이상 커졌다.
③법정 정년이 만 60세 또는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되었고, 실질 은퇴연령은 이보다 훨씬 높게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④2013.6.4. 개정된 고용보험법에서는 65세 이후에 새롭게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만을 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국민연금법 등도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점차 연장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어 2033년 이후부터는 65세이다.
⑤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하여야 하는 고령자 또는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2. 대상 판결의 해설 및 평가

 

피해자의 사상(死傷)으로 인해 노동을 할 수 없거나 노동 능력이 상실됨으로써 장래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감소되는 것을 일실이익(逸失利益)이라 한다. 일실이익은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액 산정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다. 사망 사고의 경우 일실이익은 사고 당시의 연령에서 평균여명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생존한 것으로 보고, 그 피해자가 가동연한 동안 얻을 수 있는 총수익에서 생활비와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계산한다.
여기서 ‘가동연한’은 노동을 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고, 위와 같이 일실이익에서 총수익을 계산하는 기초이다. 특히 리뷰 대상 판결에서 다뤄진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사망 사고와 같이 피해자의 구체적인 가동연한을 결정할 수 없는 일반적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액을 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손해배상 소송 등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공평한 배상액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 계산에 적용되는 가동연한이 사회경제적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어야 하는바, 육체노동자의 노동이 가능한 한계 연령은 ①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육체노동을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를 기초로 ②얼마나 고령까지 육체노동을 할 의향이 있는지(또는 노동의 필요성이 있는지), ③어느 정도의 고령 육체노동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지(기업이나 소비자의 수요가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기존 판례는 일반 육체노동자와 관련하여 경험칙상 만 60세가 될 때까지 가동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1989년에 내려진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었다.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형성된 ‘일반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은 경험칙상 만 55세이다’라는 법리의 기초가 된 제반 사정이 변하였다는 점을 가동연한 상향의 근거로 삼았다. 즉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함에 따라 국민의 평균여명(0세 기준)이 남자 51.12세→63세, 여자 53.73세→69세로 늘어난 점,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기능직 공무원 직종의 정년이 만 55세→만 58세로 연장된 점, 국민연금법상 노령연금의 지급 대상 연령도 만 60세로 규정된 점 등이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의 근거였다(대법원 1989. 12.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
이렇게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이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의 변화에 기초해서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변경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판결 선고 이후 우리나라에 나타난, 평균수명의 상승과 고령인구의 증가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조응하여 새롭게 가동연한을 설정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1990년대 중반 무렵, 법원이 다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가동연한에 대해 상향된 새로운 경험칙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난 것은 이런 점을 드러낸 사례이다.
위에서 설명한 가동연한 결정 시 고려 요소별로 1989년 이후 나타난 사회경제적 변화 모습은 다음과 같다.
①생물학적 요인의 변화 : 소득 증가 및 의료기술, 생활여건의 변화에 따라 평균수명이 연장되었다.
②노동시장 요인의 변화 :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우리나라의 전체 육체노동시장에서 고령 인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이는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능 한계 연령을 상승시키는 데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의 고령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1989년 9.3%에서 2018년 21.1%로 증가했고, 2015년 기준 13.1% 수준인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60년에는 4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전반적으로 가동연한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경제 규모 역시 1989년 GDP 164조 원에서 2017년 1,730조 원으로 10.5배 증가하였고, 이러한 경제 규모의 확대는 고령 노동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③제도적 요인의 변화 : 노후 소득보장 제도가 잘 확보되어 있을수록 고령인구의 노동 필요성은 줄어들며 고령 노동자의 공급도 감소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연장되어 65세 이하 고령인구의 노후 소득보장 수준은 높지 않고(현재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1세이나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4년에는 65세가 된다), 이로 인해 60~65세 사이의 노동 공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법정 정년의 연장은 고령 육체노동자의 고용률과 가동연한을 상향시키는 영향을 끼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기업 근로자의 법정 정년은 60세로 높아졌고 향후 65세로 연장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고령 노동자의 고용 수준이 증가할 개연성이 있다.
결국 리뷰 대상 판결은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근거, 즉 경험적 사실들과 관련하여 약 29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새로운 경험칙에 따라 만 65세로 인정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이를 통해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에 관한 일관된 기준을 수립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도재형(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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