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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양벌규정 적용과 위반행위자의 특정

  1. 대법원 2018-10-25 선고, 2016도11847
  2. 저자 전형배

【판결요지】
피고인 S전자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의 대리인 A는 피고인 S전자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누출사고에 대하여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행위자라고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 A가 행위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양벌규정을 적용한 피고인 S전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도 인정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2013년 S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 가스가 누출되어 수급인 사업주 소속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화학사고 화상을 입은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다. 피고인들에게 적용되었던 죄명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이외에도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이 있으나 본 평석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업안전보건법) 부분만 다루고자 한다.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도급인 사업주 S전자 주식회사와 그 소속 관련자에 대한 확정된 판결의 결과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수급인 사업주 및 소속 관련자들은 모두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벌금 400만 원에서 1,000만 원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고인

위반법령

선고결과

S전자주식회사

법인

산업안전보건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무죄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대리인

A

산업안전보건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업무상과실치사상

무죄

케미컬 파트 부장

B

업무상과실치사상

벌금 500만 원

케미컬 파트 담당자

C

업무상과실치사상

벌금 700만 원

유독물관리자

D

업무상과실치사상

벌금 300만 원

 

산업안전보건법뿐만 아니라 법인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우리나라의 법률은 모두 양벌규정 형식을 이용한다. 이는 법인은 범죄능력이 없다는 가정을 입법화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제67조, 제67조의2 또는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단서에서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양벌규정을 적용하려면 먼저 위반행위자와 위반행위를 특정하여야 한다. 이것이 특정되어 위반행위자에 의한 위반행위가 인정되면 다음으로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면책사유가 없는지를 검토하고 면책사유가 없다면 법인 등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 대상판결에서는 앞의 쟁점이 문제된다.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 위반행위는 법률의 수준에서도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위반행위는 시행령, 시행규칙, 그리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되어 있다. 만일 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해당 사고의 발생 원인이 되는 작위나 부작위가 산업안전보건법령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면 적어도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처벌이 불가하다. 일반적인 형사범에서는 잘 발생하지 아니하는 경우이나 건설, 기계, 전기, 화학 등 다양하고 복잡한 안전기술을 규정하고 있고, 해당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변화하는 특성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건에서는 가끔씩 생기는 경우가 있다(대법원 2009.5.28. 선고 2008도7030 판결 참조). 대상판결의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불산 누출 시 초기대응이 미흡했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 관련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위반한 행위를 특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수급인 사업주에게 적용된 위반행위의 대상이 된 산업안전보건법령의 내용은 하급심 판결의 이유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위반행위자를 특정하는 것이다. 사업장안전보건체계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이행할 책임을 부담하는 자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그리고 직접 작업을 하는 근로자이다. 도급사업에서 선임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도급인 사업주가 기존에 선임하고 있던 도급인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겸임하게 된다. 따라서 도급사업에서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행위자로 특정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3종류의 사람으로 좁혀진다. 앞의 표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의 위반 행위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대표이사의 대리인 A, 케미컬 파트 부장 B, 케미컬 파트 담당자 C이다. 유독물관리자 D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하여 선임된 자이므로 여기서는 제외된다. 하급심 판결을 살펴보면, A는 S전자 주식회사의 안전관리책임자였으므로 도급사업에서는 안전관리총괄책임자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검사는 산업안전보건법령의 위반행위자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A로 특정을 하였다. 대형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공장장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선임되므로 S전자의 사업장에서도 A는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관련자일 가능성이 높다. 하급심 판결문에서는 A를 ‘인프라기술 센터장’이라고도 지칭하고 있다.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그 지위의 성격을 고려하여 사업장의 전체적인 안전보건조치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은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직무 중 하나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2항에 따른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제29조 제2항은 안전보건협의체 구성, 순회점검,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지도와 지원 등으로 규정하여 산업안전보건법령의 구체적인 사항을 이행할 의무보다는 도급사업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법원이 양벌규정의 행위자는 발생사고에 대하여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가 어느 정도의 주의의무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언어의 용례를 고려하면 시행령, 시행규칙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직접 실행하여야 하는 자 또는 적어도 그 의무이행을 직접 관리․감독하는 자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도급사업에서 발생한 사고를 수사하면서 관련 규정을 이행하지 아니한 위반행위자로 도급인 사업주가 선임한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특정하면 그가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수사실무 혹은 재판실무는 이미 다른 사건에서도 알려진 바 있다. H 중공업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조선소에서 선박 건조를 하면서 선박의 족장(작업발판) 설치 공사 및 선박블록의 취부작업(선박블록이나 블록에 부착되는 자재의 위치 조정 및 용접, 용단 등 작업)을 각 도급 주었는데 수급인 사업주의 근로자가 각 업무 수행 중 족장붕괴, LPG선박 화재, 안벽신호수 추락 등으로 각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었다. 이에 검사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위반행위자로 판단하여 기소하였는데 제1심 법원부터 제3심 대법원까지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위반행위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의 무죄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대법원 2016.12.29. 선고 2016도16409 판결). 이러한 재판실무를 고려하면 S전자 대표이사의 대리인을 위반행위자로 고집하면서 끝까지 공소를 유지한 것은 문제가 있는 공판절차 진행이라는 비판을 할 수 있다. 다시 앞의 표를 살펴보면 불산 누출 사고에서 관련 규정을 이행하고 확인하여야 하는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행위자는 케미컬 파트 부장 B 또는 케미컬 파트 담당자 C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재판과정에서 끝까지 위반행위자로서 A만을 주장하고 B나 C를 예비적으로라도 고려하지 아니한 것은 공판진행상 미흡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이렇게 검사의 공소유지 실패로 인하여 도급인 사업주가 면책을 받은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2항은 “법원은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또는 변경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적절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사건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법원이 행위자 특정을 위하여 공소장변경을 고민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실제 재판과정이 대법원의 ‘나의 사건 검색’ 메뉴에 모두 게시가 되는 것이 아니어서 재판과정 전부를 세세하게 알 수는 없으나 법원의 판결서만 살펴보면 법원은 검사가 대표이사의 대리인을 행위자로 특정하여 공소유지 활동을 할 때 이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른 행위자를 찾도록 요구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기소한 범위 내에서, 기소된 내용에 대해서만 소극적으로 재판을 할 뿐 도급인 사업주의 잘못된 행동을 명확히 지적하고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경계하려는 태도를 읽을 수가 없다. 적어도 제1심 법원이 위반행위자 특정을 문제 삼으며 무죄판결을 하였다면 항소심 법원으로서는 관련 법령을 직접 이행하여야 할 도급인 사업주 소속 담당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라는 석명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급인 사업주 소속의 근로자 4명이 죽거나 다친 화학사고를 대하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태도는 유감스럽다고 평가하고 싶은데 이렇게 말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일까?

 

전형배(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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