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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 판단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09-06 선고, 2017가합526959
  2. 저자 노상헌

판결요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관리자 및 판매원의 경우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용역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매출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위탁판매방식이 다수 활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위탁판매원에 대하여 대법원이 정립한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적용하면서 서로 다른 결론이 도출되고 있다.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하는 종속적인 관계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종합적 판단법리를 형성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근로자성 판단에서 업무 내용 결정에 관한 사정(대법원이 설시한 요소), 업무수행과정에 관한 사정(대법원이 설시한 요소), 업무수행 시간과 장소에 관한 사정(대법원이 설시한 요소),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에 관한 사정(대법원이 설시한 요소)을 핵심적인 요소로서 검토하였다. 대상판결은 구체적으로 판매 업무에 관하여 매장의 위치와 판매 가액, 할인 판매 시기나 할인 판매 가액 결정을 A회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점(업무 내용 결정), 목표 제시와 그 판매 실적을 3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매장별로 목표 달성 현황 및 미흡 원인 진단을 전달함으로써 판매 업무 수행과정을 상당한 정도로 지휘하고 감독한 점(업무수행과정에서의 상당한 지휘감독), A회사가 지정한 매장에서 해당 백화점 영업시간에 맞춰 판매원들이 근무하도록 구속하였는데, 이는 A회사 직원의 불시 전화 확인이나 방문, 백화점 판매원들의 출근 상황 및 휴가 계획 보고에 의하여 이루어진 점(업무수행 시간과 장소 구속), 판매원들은 계속적으로 A회사의 제품만을 판매할 의무를 부담한 점(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A회사가 의류 및 피혁 제품이 달성하여야 할 매출액 점유율 순위를 중시하고 중점적으로 관리한 점(전속적 제품 판매 업무의 특수성). A회사가 판매 조력 인원들의 매장별 채용 최소 인원수를 정하고 해당 인원에 대한 채용 여부와 채용 조건까지 해당 매장의 백화점 판매원과 함께 정하며 그 근무실태까지 파악하였고, 그 중 일부는 심사를 거쳐 A회사의 백화점 판매원이 되기도 하였으며 A회사의 주도로 매장에서 판매 조력 인원들이 근무하게 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백화점 판매원들이 이들을 고용하여 자신들의 판매 업무를 대행하게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계약관계라고 판단하였다.

한편, 비슷한 시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8.30. 선고 2017가합530644 판결에서는, 위탁판매원에 대하여 계약 내용에 따라 매장관리자들이 B회사가 지정한 가격에 의류상품을 판매한 점, B회사의 행사기간이나 할인율을 따라야 한다는 점, 임의로 상품을 할인 판매할 수 없는 점, 매장 내 상품진열 방식도 B회사가 구체적으로 지시한 점, 매장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판매전략 회의나 간담회 등 교육을 실시한 점, B회사가 내부전산망이나 휴대전화 메시지, 메신저 등을 통해 업무 관련 사항을 전달하고 매장관리자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점 등을 인정하면서도, 매출실적에 따른 수수료의 상한이나 하한이 존재하지 않고, B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로 판매사원들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매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반 비용을 지출하여 수수료가 매장관리자가 제공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할인 판매를 못 하게 하거나 상품진열 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은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상품의 동일한 가격을 유지해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회사 직원들이 매장을 방문해 실태를 확인한 것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점, 교육 및 간담회를 실시해 지시한 것도 브랜드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매장관리자들의 상품에 대한 이해와 매출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매장관리자들은 자신이 고용한 판매사원에게 매장 업무를 맡기고 매장을 이탈해 개인 용무를 보는 것도 가능한 점 등을 인정하고 회사가 매장관리자들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매장관리자의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이에 앞서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 판단에서 대법원은, 백화점 판매원들이 지정된 근무장소에서 백화점 영업시간 동안 지정된 물품만을 지정된 가격으로 판매한 점, 백화점 근무 시 백화점 매장관리 지침을 준수하면서 백화점에서 요구하는 통상적인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것을 요구받은 점, C회사는 전산시스템을 통하여 각 매장의 재고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점, C회사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내부 전산망을 통하여 백화점 판매원들에게 업무와 관련하여 각종 공지를 한 점, 백화점 판매원들이 휴가, 병가 등을 사용할 경우 사전 또는 사후에 C회사에 보고한 점, 매장에서 사용되는 비품, 작업도구 등이 모두 C회사 소유로 무상으로 제공된 점 등을 고려하면, 백화점 판매원들은 C회사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여 계약의 형식이 위임계약처럼 되어 있지만,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C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계약관계라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대법원 2017.1.25. 선고 201559146 판결).

정리하면, 백화점 등에서 근무하는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 판단의 주된 쟁점은 회사가 판매원들을 종속적인 지위에 두고 지휘감독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근로계약의 본질을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시간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로 제공한 결과 더 이상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작업을 자신이 원할 때 시작하고 끝낼 수 없게 되고, 사용자가 정한 내용의 업무를 그가 정한 일정에 따라 수행해야 한다고 설시하고, 또한 근로시간과 임금에 대하여는 근로자가 자신의 시간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로제공한다는 것은 시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는 자신의 시간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로 제공한 결과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사용자가 정한 내용의 업무수행 그 자체를 위하여 또는 그에 통상 수반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자신의 신체를 작업장의 위험한 기계 앞이나 적의(敵意)를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 노출시켜야 하고, 자신의 정신을 업무수행에 따라 주어질 수도 있는 포상 또는 업무수행 그 자체에 대한 압박 앞에 노출시켜야 한다. 즉 근로계약에 의하여 시간만이 임금과 대가적으로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안전에 대한 위험 역시 임금과 대가적으로 교환된다고 전향적으로 설시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현장의 이해와 관점에서 종속관계를 노동현실에 맞게 해석한 것이 대상판결의 의의이다. 반면 서울지방법원 2018.8.30. 선고 2017가합530644 판결에서는 매장관리자들이 종속관계가 아닌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주들과 비슷한 처우를 받고, 또한 일부 매장관리자들이 B회사와 동등한 사업자 지위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매장관리자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이렇듯 백화점 위탁판매원이라는 유사한 사안에서 본사의 지휘감독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진다. 노동사건에서는 법관의 노동에 대한 인식과 노동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한 재판의 전제조건이 된다.

 

노상헌(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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