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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피해자의 피해구제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1.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10-11 선고, 2018가합100190
  2. 저자 권오상

【판결요지】

1. 피고(○○감독원)가 직원채용의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자율성 내지 재량성은 어디까지나 관련 법규 및 인사관리규정 및 채용계획 등 피고 내부의 규정 등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를 지닌다. 피고의 신입직원 채용절차에 응시한 원고로서는 채용절차가 이 사건 공고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원고의 신뢰와 기대는 법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피고의 직원들이 시행한 이 사건 채용절차는 그 객관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고, 채용절차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행에 대한 원고의 기대와 신뢰라는 법적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이 사건 채용절차에 관여한 피고의 면접위원 등 직원들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세평조회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반영하는 등으로 원고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절차에 대한 신뢰와 기대라는 법적 이익을 침해하였고, 원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직업의 선택 및 수행을 통한 인격권 실현 가능성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되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채용절차에 관여한 면접위원 등의 사용자로서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채용비리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공공기관에서 촉발된 채용비리 논란은 은행권 등 사기업에서도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얼어붙은 취업시장 속에서 가슴앓이 하던 젊은이들에게 좌절감과 박탈감을 더해주고 있다. 청년실업이 만연한 현재 채용비리는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이고, 채용절차가 객관성․공정성을 상실한 채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그 불이익을 받은 지원자들이 느낄 상실감 및 상대적 박탈감은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8.3.27 개정되어 2018.9.28부터 시행되는 법률 제15524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제4장의2는 비위행위자에 대한 일련의 조치들을 규정하게 됐는데, 여기서 제52조의3은 비위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 등을, 제52조의4는 채용비위 행위자의 명단 공개를, 제52조의5는 채용비위 관련자의 합격 취소 등을, 제52조의6은 인사 감사 등을 규정하고 있다. 공운법 제52조의5 제1항은 “기획재정부장관 또는 주무기관의 장은 공공기관의 임원이 비위행위 중 채용비위와 관련해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해당 채용비위로 인해 채용시험에 합격하거나 승진 또는 임용된 사람에 대하여는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해당 공공기관의 장에게 합격․승진․임용의 취소 또는 인사상의 불이익 조치(이하 ‘합격 취소 등’)를 취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합격 취소 등의 기준․내용 및 소명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2018.5.3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을 논의․확정했는데, 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채용비리와 관련한 피해자(부정행위로 인하여 다음 채용단계 응시기회 제약을 받은 자)가 구체적으로 특정 가능한 경우, 서류단계 피해자에게는 필기시험 기회를, 필기시험단계 피해자에게는 면접시험 기회를, 최종 면접단계 피해자에게는 즉시 채용의 기회를 줘야하며, 채용비리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을 특정할 수 없더라도 피해자 범위를 특정할 수 있을 경우에는 해당 피해자그룹을 대상으로 한정해 제한경쟁채용 시험을 실시하고, 서류단계에서 피해를 본 피해자그룹을 상대로는 서류시험을 다시 실시하고, 필기단계 피해자그룹은 필기시험에 재응시할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공운법상의 비위행위자에 대한 조치 규정들은 행정부가 해당 공공기관의 채용비위와 관련해 해당 공공기관의 장에게 그 기준 등을 정해 합격 취소 등의 인사상 조치를 요구할 수 있음을 규정하는 것일 뿐, 해당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상 조치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더구나 공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기업의 경우 채용비위 행위자 및 관련자에 대한 조치와 기업채용비리 때문에 탈락한 지원자,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개별적 기업 자체 판단 또는 소송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은 채용비리로 탈락한 지원자에 대하여 해당 기관이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 및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는지 등에 대한 판단 사례로서 의의를 가진다. 

대상판결의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 ○○감독원은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절차(이하 ‘이 사건 채용절차’라고 한다)를 진행했는데, 채용계획에 따르면, 채용절차는 ‘서류전형→필기시험(전공․논술)→면접(1․2차)’ 등 3단계로 진행하되, ‘각 단계별 면접점수와 필기시험 점수를 50%씩 합산(100점 만점 환산) 후 고득점자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감독원은 필기시험 점수와 각 단계별 면접 점수를 50%씩 반영하도록 한 채용계획과 달리 면접대상자들에 대하여 면접 점수를 부여하지 아니하고 관행에 따라 면접위원 전원의 합의를 거쳐 합격자를 결정하기로 하였고, 총무국 직원은 그 결과에 따라 각 대상자별로 합격, 불합격에 상응하는 면접 점수를 형식적으로 책정하여 면접평가표에 최종적으로 기재한 후 다시 결재를 받았다.

원고는 이 사건 채용절차 중 금융공학 분야에 응시하였는데, 금융공학 분야의 경우 원고, 정○○, 방○○의 2차 면접 결과, 원고가 총점 135점, 정○○이 131.9점을 받아 합격 예정이었고, 방○○은 총점 127.1점으로 불합격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면접위원들은 응시자들에 대한 평판조회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여 원고를 포함하여 합격권에 있던 응시자들 가운데 직장 근무경력이 있는 일부 응시자들에 대하여 평판 조회를 실시하였다. 세평조회 이후 금융공학 분야 합격자가 당초 채용예정인원인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었고, 원고 정○○, 방○○의 2차 면접 결과가 변경되었으며, 방○○이 금융공학 분야의 유일한 합격자로 최종 결정되었다.

대상판결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채용비리가 의심스러운 정황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방○○은 서울에 소재한 대학교를 졸업하였음에도 이 사건 채용절차에 지원하면서 지방에 소재한 ○○○○기술원을 졸업한 것으로 기재된 지원서를 제출하였는데, 총무부 직원은 그와 같은 오기를 인지하였음에도 필기전형 합격자 중 지원서 오기재자들에 대한 합격 취소 결재를 올리면서 방○○의 경우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구두로 합격선에 영향이 없다는 내용으로만 보고하였고, 면접위원들은 방○○을 지방인재로 알고 심사하였다.

세평조회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2차 면접이라는 최종 절차가 종료되기 이전에 충분히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른 세평조회의 실시가 가능하였을 것임에도 면접위원들은 2차 면접전형이 종료된 이후에야 비로소 세평조회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였고, 단 하루만에 세평조회를 실시하였는데, 방○○에 대하여는 직장 경력(방○○은 ◇◇◇생명보험에서 2011.12.26부터 2012.12.26.까지 근무하였고, ◇◇◇생명보험은 금융권에 해당하는 회사이다)이 있음에도 세평조회를 실시하지 아니하였고, 반면에 ○○은행에 불과 4개월(2014.7~2014.11) 밖에 근무하지 아니한 원고에 대하여는 세평조회를 실시하고 ○○은행 검사부로부터 “패기나 열정이 없고, 금융공학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열정도 매우 부족하여 ○○은행 인사팀이라면 채용하지 않겠다고 함”이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하였으나, 실제 ○○은행 검사부는 그와 같은 세평조회에 대한 회신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하였다.

심지어 면접위원들은 세평조회 결과에 대한 회의를 가졌는데, 회의시간은 10분 내외에 불과하였고, 면접위원이었던 한 명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세평조회 결과를 안내받았을 뿐 회의 후 세평조회 결과를 반영하여 다시 합격자를 결정하지는 아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합격자인 방○○의 행동도 의심스러웠다. 방○○은 남자친구에게 “아빠가 아는 사람이 부원장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물어봐야지” 또는 “좋은 소식 있을 거라고 했대”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는바, 세평조회가 이루어지기 전에 방○○에 대하여 ○○감독원 내부적으로는 합격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이루어진 세평조회 등이 공정성 및 객관성을 상실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고, 원고가 2차 면접 결과 최고득점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당연히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거나 피고가 원고의 청약에 대하여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채용절차에 관여한 피고의 면접위원 등 직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직업의 선택 및 수행을 통한 인격권 실현 가능성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되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채용절차에 관여한 면접위원 등의 사용자로서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8,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단을 하였다.

채용공고는 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고, 채용절차에 응시한 지원자들의 응시행위는 고용계약 체결의 청약에 해당할 뿐이다. 비록 채용절차가 공정성 및 객관성을 상실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직원 채용은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다름 아닌 것으로 누구를 직원으로 채용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기업(채용권자)의 자유의사 내지 판단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용비리로 탈락한 지원자, 피해자에 대하여 당연히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거나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거나 지급받을 수 있었던 미지급 임금 상당액의 재산상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는 ○○감독원은 일반적인 사기업과 달리 공적인 성격이 강한 감독기관으로서 선망받는 직장이라고 할 수 있고, 서류전형, 필기전형, 1, 2차 면접전형 등을 거쳐 직원을 채용하는데 직원으로 채용되기 위하여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지원자 중 다수가 이전에 채용절차에 지원하였다가 불합격한 경험이 있음에도 다시 채용절차에 지원하였으며,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세평조회 결과만으로 채용응시자의 노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느꼈을 상실감과 좌절감이 상당하다는 점 등에서 위자료의 액수가 8,000만 원으로 정하여졌으나, 다른 기업의 채용비리 사건에서 탈락한 채용응시자에게까지 해당 위자료 금액이 동일하게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차별 없는 공정한 사회, 신뢰할 수 있는 사회는 공정한 채용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채용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의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권오상(법학박사,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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