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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시정절차 진행 중 손해배상을 하였더라도 차별시정신청의구제이익은 소멸하지 않는다

  1. 서울행정법원 2018-09-13 선고, 2017구합87074
  2. 저자 김기선

【판결요지】
차별적 처우 시정절차는 사용자의 차별적 처우로 말미암아 파견근로자에게 발생한 불이익을 해소하여 차별적 처우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상태로 개선함으로써 파견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바로잡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그 주된 목적이 있고, 차별적 처우의 시정신청에 따라 발하는 노동위원회 시정명령의 하나인 금전보상명령 또는 배상명령은 과거에 있었던 차별적 처우의 결과로 남아 있는 불이익을 금전적으로 전보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사용자의 고의적 또는 반복적 차별행위에 대해서 손해액의 3배 내에서 배액배상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차별적 처우에 대한 원상회복에 그치지 않고 징벌적 성격과 더불어 사전 예방적 효과를 도모하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배액배상명령은 차별적 처우에 대해 제재적 의미가 있는 시정명령으로서 독자성이 있으므로 사용자가 시정절차 진행 도중 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로 인해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모두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밖의 시정명령을 구하는 차별시정 신청의 구제이익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비교하여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금지한다. 그리고 차별적 처우가 있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시정제도를 인정한다. 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시정제도가 실시된 것은 기간제법이 시행된 2007년부터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이에 대한 차별시정신청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은 그간 계속되어 왔다. 2012년 법률개정을 통해 차별시정의 신청기간을 종전 차별처우가 있은 날(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는 그 종료일)로부터 3개월이었던 것을 6개월로 연장하고,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대상을 임금, 상여금, 성과금뿐만 아니라 복리후생 등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확대하고, 고용노동부가 차별적 처우 시정요구를 하고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은 경우 노동위원회에 통보하여 노동위원회가 이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또한 2014년 법률개정에서는 비정규직의 차별적 처우에 사용자의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차별적 처우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가 손해액을 기준으로 3배의 범위 안에서 배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배상명령제와 확정된 시정명령의 효력을 차별시정을 신청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차별시정신청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 크겠지만, 차별적 처우에 대한 배상명령제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사건은 그간 많지 않았다. 여하튼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차별시정의 배상명령제와 관련하여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이 사건 원고 A는 휴대폰 부품을 생산․조립하는 업체이고, 이 사건 원고 B는 인력소개업을 하는 업체이며, 이 사건 원고 C는 근로자파견을 하는 업체이다. 이 사건 근로자들 중 7명의 근로자는 원고 B에 입사, 1명의 근로자는 원고 C에 입사하여 원고 A의 공장에서 휴대전화 부품 제조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 8명은 이 사건 원고들이 원고 A소속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이 받는 정기상여금(월 기본급의 400%)에 비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정기상여금(월 기본급의 100%)을 적게 지급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고, 그 차별적 처우가 명백한 고의에 의한 것 또는 반복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차별적 처우로 인한 금액의 3배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차별시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이 사건 원고 B와 C는 차별적 처우금액을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였으나, 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차별적 처우금액의 1.1배를 지급할 것을 판정하였고, 이에 불복하여 이 사건 원고들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노동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원고들과 근로자들의 법률관계는 실질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여 차별시정제도의 신청인적격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에 기초하여, ①원고들이 체결한 하도급계약서는 구체적인 도급의 목적물 및 업무수행 내용, 금액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 ②원고 B와 C의 현장관리자들은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장소인 이 사건 공장에 상주하지 않은 반면, 원고 A소속 관리자들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연장근로, 휴가사용, 워크숍 참석 등 근태관리도 하였다는 점, ③이 사건 근로자들과 원고 A소속 근로자들은 작업장소와 작업내용, 작업조 편성 등에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고, 제품별 물량, 생산계획 등에 따라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어 근무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점, ④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고 A가 제공한 작업설비를 사용하였고, 작업복, 장갑 등 작업 소모품을 지급받은 반면, 원고 B, C는 자체 소유의 작업설비나 전문기술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노동위원회가 차별적 처우금액의 1.1배를 배상토록 명한 것도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차별적 처우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받거나 시정명령을 받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원고들은 이 사건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내용의 근로계약 및 원고들 사이의 하도급계약을 매년 최소 2회 이상 반복하여 체결하면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유지하였다는 점에서 차별적 처우가 반복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제기한 차별시정절차가 진행 중에 사용자가 차별적 처우로 인해 발생한 손해액을 모두 지급하였다면 차별시정의 구제이익이 소멸되는가에 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판결요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에 배액배상명령제도가 도입된 것은 차별적 처우에 대한 원상회복을 넘어 종전에 행해졌던 차별적 처우에 징벌적 성격 및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차별적 처우에 대한 사전예방적 효과를 도모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배액배상명령은 차별적 처우에 대해 제재적 의미를 가지는 시정명령으로 독자성이 가지고 있고, 따라서 차별시정절차 진행 중 손해배상을 하였더라도 차별시정신청의 구제이익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가해자가 악의적인 불법행위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준 경우, 피해자가 실제 입은 손해 이외에 추가적으로 징벌적 의미를 추가하여 배상토록 하는 제도로 이해된다. 주로 영미법계 국가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공정화법’)에서는 원사업자가 하도급공정화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하도급공정화법 제25조 제2항).
노동관계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가 발생하더라도 근로자는 그 차별적 처우로 인한 손해를 알기는 쉽지 않다. 이에 더하여 차별시정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차별시정을 신청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의 입장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있는 상황을 방치하거나 개선하지 않을 유인이 적지 않다. 배액배상명령은 이와 같은 사용자에게 실제 발생한 손해를 초과하는 경제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종전 위반에 대한 제재 및 법위반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즉, 차별시정제도에 인정되고 있는 배액배상명령은 차별적 처우에 대한 그간에 발생한 피해에 대한 전보적 배상(compensatory damages)과는 다른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배액배상명령의 취지를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과는 별개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에 대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차별시정제도의 활용도는 극히 저조하다. 연간 노동위원회에 접수되는 차별시정건수는 대략 100여건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갖게 한다. 차별시정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차별시정에서의 비교대상 근로자 인정범위 확대, 비교대상 근로자의 임금정보에 대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보제공청구권, 차별시정의 신청권자 확대, 차별시정 신청기간 기산점 확대 등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논의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기대한다.

 

김기선(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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