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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 근로자의 종속성 : 음식배달대행기사의 사례

  1. 대법원 2018-04-26 선고, 2017두74719
  2. 저자 박제성

【판결요지】

[자신의 스마트폰에 배달대행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참가인이 원고[배달대행업체]의 지휘, 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는 음식배달대행기사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적용 여부를 다툰 최근 두 건의 판결에서 대법원은 음식배달대행기사의 산재보험법상(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다만 산재보험법상 특례의 대상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하였을 뿐이다. 이 글은 전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면서 제시한 이유를 차례대로 검토한다.

 

(1) “배달원들은 가맹점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요청을 할 경우 그 요청을 선택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고, 그 요청을 거절하더라도 원고로부터 특별한 제재가 없었다.”

 

배달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는 수수료를 포기해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가능하다. 일반 근로자도 징계나 해고를 각오하기만 하면 사용자의 업무 지시를 거부할 수 있다. 대법원은 특별한 제재가 없었다고 보았지만 사실 제재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단지 제재의 형식이 감봉이라는 징계의 형식이 아니라 수수료 포기라는 계약 사항의 적용 형식을 취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것은 마치 성과급 연봉계약을 체결한 일반 근로자의 경우에 업무 지시 불이행으로 인한 저성과에 대해서 감봉의 징계를 하는 대신 성과급을 차등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감봉과 동일한 금전적 제재 효과가 있는 것과 같다. 

 

(2) “이 사건 프로그램에는 GPS 기능이 없어 원고가 배달원들의 현재 위치와 배송상황을 관제할 수 없었으며, 배송지연으로 인한 책임을 원고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도 아니었다.” 

 

전통적인 테일러-포드주의 노동조직은 과정관리 노동조직이다. 사용자는 근로자의 노동 과정을 지시하고, 지시의 이행 상황을 감독하고, 필요한 경우 징계를 하는 방식으로 의도한 결과를 도출해 내고자 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노동 과정을 구상한 사용자에게 귀속된다. 배달원의 위치와 배송 상황을 관제한다는 것은 바로 과정관리 노동조직을 상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은 과정관리 노동조직이 아니라 목표관리 노동조직이다. 목표관리 노동조직에서 사용자는 지시하는 대신 목표를 제시하고, 감독하는 대신 성과를 평가하고, 징계하는 대신 보상을 차등한다. 보상의 차등, 이것은 곧 노동 수행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근로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플랫폼 노동에서는 디지털 신호 자체에 수행 목표가 내재되어 있고,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그것에 상응하여 차등적으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최대한의 보상을 원하는 근로자는 자율적으로 최선의 수행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드백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스스로 한다. 관제의 부재와 책임의 귀속은 종속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종속의 성격이 과정관리에서 목표관리로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나아가 대법원은 관제의 부재가 GPS 기능의 부재라는 우발적 요소에 의한 것인지, 노동조직의 구상 차원에서 그런 것인지도 구분하지 않고 있다.) 

 

(3) “원고는 배달원들의 업무시간이나 근무장소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우선 일반 근로자의 경우에도 근로시간이나 근로장소를 특정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 제58조에 따르면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서면합의로 근로시간을 따로 산정할 수 있는데, 이때 서면합의에는 “사용자가 업무의 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배달 업무는 이러한 재량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는 성질의 업무일 것이다. 서면합의는 근로시간에 관한 강행규정을 위반할 수 있는 면책의 효력을 부여하기 위한 요식일 뿐, 재량에 위임할 필요성이 있는 업무의 성질 자체를 바꾸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근로기준법」 제58조가 상정하고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다면, 디지털 플랫폼 노동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근로시간과 근로장소의 불특정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 같은 성질의 업무에 고유한 종속성의 특징을 드러낸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이것을 종속성 부정의 표시로 보았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아날로그 노동에서도 그런 이유는 더 이상 타당하지 않지만, 디지털 플랫폼 노동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특징은 근로자가 항시대기 상태에 놓인다는 점에 있다. 근로자는 항상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라도 일할 수 있도록 항시대기 상태에 있어야 한다. 디지털 신호는 원격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도달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신호에 즉각 반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표수행(퍼포먼스)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법인사업에 종속된 근로자는 안정적인 시공간 속에서 상시적으로 노동을 제공한다는 상시성을 특징으로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에 종속된 근로자는 언제 어디에 있든지 간에 실시간으로 도달하는 신호에 즉각 반응해야 한다는 반응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 반응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근로시간과 근로장소를 사전에 특정하지 않는 것이다. 근로자는 시공간이 특정되지 아니한 채 언제 어디서나 동원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근로의 시공간적 범위가 특정되지 아니하면 근로자는 종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종속이 더 강화된다. 법인사업에 종속된 근로자는 근로시간 동안 특정된 근로장소에서만 종속노동을 제공하면 되지만, 디지털 플랫폼에서 시공간이 특정되지 아니한 채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는 항시적인 종속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배달원들의 업무시간이나 근무장소가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정은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반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상시적 종속 상태에 놓여 있음을 반증하는 지표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4) “이 사건 사업장 소속으로 수행하는 배달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다른 시간대에 다른 회사의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였고, 다른 사람에게 배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이것은 일반 근로자도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배달원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더군다나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배달원이 특정 사업장의 업무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면서 같은 시간대에 복수의 사업장을 위해서 동시에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시간대를 달리하여 복수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는 해당 시간대 사업장의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다른 시간대에 다른 사업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간대의 배분이 길고 짧을 수 있지만, 그런 사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본 원리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파트타임 시간대를 계속 좁히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배달원과 만나게 될 것이다. 복수의 사업장에 소속되어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배달원이 있다면 그 배달원은 사실상 복수의 사업장에서 번갈아 가면서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사업주를 위해서만 일해야 한다는 조건은 법인사업에 고용되어 있는 풀타임 근로자의 모습에 불과하다. 

 

(5) “배달원들은 가맹점으로부터 (…) 배달수수료를 지급받음으로써 그 수익을 얻었고, 별도로 원고로부터 고정급이나 상여금 등을 지급받지는 않았다.”

 

이것은 「근로기준법」의 규정 자체와 부합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제2조) 명칭이 “배달수수료”라고 해서 그것이 곧 임금이 아니라는 이유는 될 수 없다. 더군다나 「근로기준법」은 “도급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제도로 사용하는 근로자”(제47조)의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데, 배달수수료를 받는 배달원은 이 규정에서 말하는 “도급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이 배달원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가 아니라, 반대로 사용자가 이 도급근로자에게 “근로시간에 따라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하여야”(제47조) 하는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고정급을 지급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대법원이 스스로 제시한 판단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대법원에 따르면 고정급이 없다는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6) “원고는 배달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것은 일반 계약 법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근로계약은 서면으로도 체결될 수 있고 구두로도 체결될 수 있다.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근로기준의 명시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의 문제는 발생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로계약의 성립 여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이다. 대법원 스스로가 근로계약의 성립 여부는 당사자들의 의사나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 등을 불문하고 근로 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고 일관해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대법원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하급심에서는 “근로계약서”라는 이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이유로 제시한 적이 종종 있지만, 대법원에서 이것을 명시한 사례는 드문 것 같다. 물론 원심에서 인정한 사실을 그냥 인용한 것일 뿐이라는 항변이 있을 수 있지만, 대법원이 보기에 타당하지 않은 사실 인정이라면 판결문에서 삭제했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대법원이 이것을 삭제하지 않았다는 점은 대법원도 이 사실 인정에 동의한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대법원이 근로자성 판단에 관하여 대법원 스스로 확립한 판례 법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피상적인가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근로계약서”라는 이름의 계약서가 작성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의 성립을 인정하고 그 계약서에 기재된 사실에 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라는 이름의 계약서가 작성되지 아니한 경우 또는 다른 이름의 계약서가 작성된 경우에는 곧바로 근로계약의 성립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근로 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종속적 근로 제공 관계가 인정되면 근로계약의 성립을 인정해야 한다. 근로 제공 관계의 실질이 종속적 관계인 경우에는 바로 그 종속성으로 인하여 사용자는 이 계약 관계를 “근로계약서”라는 이름의 계약서가 아니라 다른 이름의 계약서로 작성할 수 있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7) “원고는 배달원들이 지급받는 수수료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며, 배달원들을 근로자명단에 포함시켜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보험관계 성립신고를 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대법원이 스스로 제시한 판단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대법원에 따르면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산재보험법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건에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어서 산재보험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결과를 원인으로 치환하는 논리적 오류이다.

 

***

 

대법원이 임금근로자성 판단 징표로 제시하고 있는 것들은 임금근로자성에 대한 다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영역의 특징을 보여주는 징표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표준적 고용관계의 특징을 보여주는 징표에 불과하다. 그것은 임금근로자성과 자영자성이 교차하는 영역에서 적용할 수 있는 판단 징표가 아니다. 법원은 판단 징표를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준적 고용관계에 대한 물신숭배를 멈추어야 한다. 표준적 고용관계란 것은 우발적인 것이다. 근로계약관계가 반드시 그러한 모습을 띠어야 할 합법칙성은 없다. 다시 말하면 종속성의 겉모습은 다양하다. 법원은 형식적인 징표의 OX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법원은 종속의 진실을 포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종속의 진실은 더 이상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종속의 진실은 갈라진 틈으로 언뜻 내비칠 뿐이다(거북 등뼈의 갈라진 틈에서 사람들이 읽어 내고자 하는 것은 하늘의 진실이다). 그러나 그 진실은 진실을 읽어 내고자 노심초사하는 사람만 읽을 수 있을 뿐이다. 

 

박제성(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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