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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의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헌법에 위반

  1. 헌법재판소 2018-05-31 선고, 2012헌바90
  2. 저자 김홍영

【결정요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서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조항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운영비 원조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는 것이어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므로 2019.12.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다.

 

(1)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여러 회사와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회사는 조합사무실과 집기, 비품을 제공하며 조합사무실 관리유지비(전기료, 수도료, 냉난방비, 영선비) 기타 일체를 부담한다.’, ‘회사는 노동조합에 차량을 제공한다(주유비, 각종 세금 및 수리비용을 지급한다).’ 등의 노동조합에 시설․편의를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행정관청은 이 시설․편의제공 조항이 운영비원조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노동조합은 시정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소송과 관련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최근의 대법원 판례는 운영비 원조 행위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잃게 할 위험성을 지닌 것으로서 부당노동행위로 금지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2016.1.28. 선고 2012두15821 판결, 대법원 2016.4.29. 선고 2014두15092 판결, 대법원 2017.1.12. 선고 2011두13392 판결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잃게 할 위험성이 현저한지를 굳이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제4호 중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이하,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운영비 원조 행위까지 금지하게 되어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2)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통해 노동조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사용자로부터의 자주성을 확보하여, 궁극적으로 노동3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보장하려는 입법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운영비 원조에 관하여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게 하므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한다. 단체교섭권의 제한이 합헌이기 위해서는 과잉금지원칙을 지켜야 한다. 즉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한 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 운영비 원조 행위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이를 금지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단서에서 정한 두 가지 예외(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를 제외한 일체의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한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까지 금지하고 있으므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② 노동조합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다.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운영비 원조에 관한 사항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하여 정하는 것이 노동3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이 운영비 원조 행위에 제한을 가하는 이유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제한은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되었거나 저해될 위험이 현저한 경우에 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③ 운영비 원조 행위로 인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현저한 위험이 있는지 여부는 그 목적과 경위, 원조된 운영비의 내용, 금액, 원조 방법,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 방법 및 사용처 등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단서에서 정한 두 가지 예외를 제외한 일체의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경우까지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④ 노동조합이 노동3권을 실현하는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현저한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 줌으로써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동3권의 취지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3) 복수 노동조합이 있고 특정 노동조합에 대하여만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는 노조 차별이므로 금지되는지 문제된다. 운영비 원조를 통한 노조 차별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노조법 제29조의4) 위반이 될 수 있고, 사용자의 차별받는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4호)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운영비 원조까지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앞으로 운영비 원조 행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노조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차별받는 노동조합을 간섭․방해하여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운영비 원조를 받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하여 운영비원조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4) 운영비 원조 행위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행위라면 여전히 금지된다. 전임자 급여 지원의 금지는 노조법상 별도의 금지조항이 있는데(제24조 제2항 및 제81조 제4호), 헌법재판소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단체교섭권 등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위헌이 아니라고 이미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4.5.29. 2010헌마606 결정).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전임자 급여지원이 아닌 다른 운영비 원조 행위에 관해서만 판단한 것이다. 전임자 급여 지원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한지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근로시간면제 제도(노조법 제24조 제4항)를 통해 합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5) 헌법재판소는 노조법의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이 위헌이라 해서 당장 효력을 상실하여서는 안 된다면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조항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9년 말까지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노조법의 운영비원조 금지조항은 계속 적용된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법개정 전에도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 법개정에서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하여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한 경우만을 국한하여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하도록 입법되어야 한다. 

 

김홍영(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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