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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적용대상 위임 조항의 합헌성

  1. 헌법재판소 2018-01-25 선고, 2016헌바466
  2. 저자 정영훈

【결정요지】

(1) 산재보험 적용제외사업의 범위는 법률에서 자세히 규정하기보다는 전문적․기술적 능력을 갖춘 행정부가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되며, 행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적용제외사업을 규정함에 있어 ‘위험률․규모 및 장소 등’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누구라도 위임조항으로부터 대통령령에 산재보험의 강제적용에 따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그 부담으로 인하여 사업수행에 적지 않은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소규모 사업 등이 산재보험 적용제외사업으로 규정될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적용제외에 관한 위임조항은 산재보험법의 적용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입법목적과 현실을 고려하여 나온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고, 비록 현 단계에서 일정 범위의 사업에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근로자 보호의 면에서 다소간 차별이 생긴다 하더라도 이는 점진적 제도 개선으로 해결하여야 할 부득이한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3) 산재보험의 적용제외는 사업의 종류와 규모 등에 따른 재해발생률, 그로 인한 비용부담의 정도 및 비용부담이 당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와 국가의 산재보험 운용능력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이고, 나아가 산재보험 적용제외사업의 사업주도 산재보험에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 점, 행정부가 산재보험의 운용실태를 조사․분석하여 적용제외사업의 범위를 적절히 조정해 오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산재보험법의 적용제외 조항이 헌법 제34조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이 결정의 청구인은 ‘○○비닐하우스’라는 사업장의 근로자로 논에 들어가 잡초를 뽑는 작업을 하던 중 돌부리에 부딪히는 사고로 재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위 사업장은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으로 산재보험 적용제외사업이라는 이유로 청구인의 위 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 계속 중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제6조 단서, 동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6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은 위 시행령 관련 부분은 각하, 나머지 신청 부분은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서 산재보험법 제6조 단서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산재보험법 제6조는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면서도 위험률․규모 및 장소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은 적용제외를 정하고 있는 동법 제6조의 단서 조항(이하, 적용제외 조항)의 위헌성이 다투어진 것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대한민국헌법」(이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 위배,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침해를 주장하였다. 산재보험법 적용제외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해서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판단한 적이 있는데, 합헌의 이유에 관한 설시는 이 사건 결정과 거의 동일하다. 아래에서는 위의 세 가지 쟁점에 관한 이 사건 결정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입법위임의 필요성이 존재할 것과 입법권의 위임은 반드시 한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을 들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이 후자, 즉 위임입법의 구체성․명확성 원칙이다. 여기에서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결국 이 원칙의 위배 위부에 관한 판단의 핵심은 예측가능성의 유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고 하여 명확성이나 구체성의 수준을 높게 설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수익적 급부행정영역 또는 다양한 사실관계를 규율하거나 사실관계가 수시로 변화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위임의 명확성에 대한 요구가 보다 완화된다고 하고 있다. 이 사건 결정은 이 사건 적용제외 조항에는 그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과 범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즉, 이 사건 적용제외조항에서는 ‘위험률․규모 및 사업장소 등’을 참작하여 적용제외 사업을 정하도록 함으로써 비교형량의 기준을 뚜렷이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 결정은 이와 같은 적용제외조항으로부터 대통령령에 산재보험의 강제적용에 따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그 부담으로 인하여 사업수행에 적지 않은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소규모 사업 또는 낮은 재해발생률로 인하여 산재보험에 따른 부담에 비하여 효과가 미약하다고 볼 수 있는 사업이 산재보험 적용제외사업으로 규정될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다음으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 위배에 관한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할 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별적 취급이 객관적으로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거나 자의적인 경우에만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하고 있다. 이 사건 결정은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이 사건 적용제외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로는 사업의 종류와 규모 등에 따라 재해발생률과 그로 인한 비용부담의 정도 및 비용부담이 당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고, 산재보험을 운용하는 국가의 행정적 관리능력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산재보험 적용대상사업의 사업주는 가입강제에 따라 보험가입자가 되어 보험료 납부 등 관련 법률이 정하는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므로, 안정된 수익구조를 갖지 못한 소규모 영세사업의 사업주 또는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산재발생의 위험이 거의 없는 사업의 사업주에게까지 강제적 보험관계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둘째로는 산재보험 적용제외사업의 사업주도 산재보험에 임의로 가입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가 포기된 것도 아니고, 산재보험법과 그 시행령의 개정 경과를 살펴보아도 입법자 및 행정부가 산재보험 시행과 관련한 사회경제적 현실을 고려하면서 꾸준히 산재보험 적용대상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입법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을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침해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 “입법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거나 또는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고 있다. 이 판단 기준은 입법자의 재량 범위를 매우 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준에 따를 때 이 사건 적용제외조항은 위헌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우선 산재보험법 제6조 본문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서 산업재해보험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을 전혀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이러한 원칙에 대해서 ‘위험률․규모 및 사업장소 등’을 고려하여 몇몇 사업에 대해서 적용제외를 규정하였다고 하여 이것이 “현저히” 불합리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역시 위헌으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심사기준은 본질적으로 평등원칙 침해를 판단하는 기준과 거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앞에서 평등원칙 위배가 부정된 이상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침해가 긍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이 결정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침해 여부에 관한 설시를 보면 내용에 있어서 위에서 본 평등원칙 위배 여부에 관한 설시를 축약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이 사건 결정에서 위헌심사의 대상이 된 것은 산재보험법 제6조 단서 그 자체이지 산재보험법 제6조 단서에 근거하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체적인 적용제외 사업 또는 사업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사건 결정에서 청구인은 농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이기 때문에 “법인의 사업인지,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인지에 따라 산재보험법의 적용 여부를 달리함으로써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거나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상당히 많고, 그 근로조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위 근로자들에 대하여 산재보험법을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내용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를 주장하는 헌법소원심판인 이상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조 제6호는 위헌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요컨대 이 사건 결정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각의 사업에 대한 적용제외의 헌법합치성을 심사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결정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각의 사업에 대한 적용제외가 합헌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근거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영훈(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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