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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도급이 되기 위한 요건

  1. 대법원 2017-12-22 선고, 2015다32905
  2. 저자 노상헌

【판결요지】

피고(K회사)는 피고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고, 피고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으며, 피고의 협력업체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작업・휴게시간,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하여 피고의 영향을 받지 아니한 채 전적으로 결정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독자적인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피고의 협력업체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은 피고의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K회사(피고)는 광주 광산구에 본사 및 광주공장을, 전남 곡성 및 경기 평택에 공장을 두고 상시 근로자 5,000여 명을 사용하여 각종 타이어 및 고무제품의 제조, 판매업에 종사하는 회사로서 광주공장 및 곡성공장의 타이어 제조 공정 중 일부 직무에 관하여 사내협력업체들과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들은 K회사 광주공장과 곡성공장 사내협력업체에 입사하여 해당 공장의 타이어 제조 공정에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 입사 이후 소속 사내협력업체가 변경되었음에도 K회사 공장에서의 작업을 중단하거나 담당공정을 변경하지 않은 채 신규 협력업체에 사실상 고용이 승계되어 근무하고 있다. 

근로자 갑과 을은 사내협력업체 A회사 소속으로 K회사 곡성공장에서 타이어 포장업무에 종사하던 중, 2008.8.경 자신들의 근무형태가 파견근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파견법 위반과 차별시정신청을 제기하였고, 2009.2.10.경 광주지방노동청으로부터 ‘갑 등의 업무형태가 파견근로에 해당하므로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내용의 시정지시를 받았고, 대법원의 판결로 K회사의 근로자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11.7.1. 선고 2011두6097 판결).

한편, 소송과정 중에서 ‘업무 자체도 K회사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명확히 구분됨이 없이 혼재되어 이를 명확히 구분해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인정되었고, 이 점을 의식한 K회사는 자신의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간 작업공간을 분리하고, 업무의 혼재를 없애는 등 파견요소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해 왔다. 1994∼2010년 K회사 광주공장 또는 곡성공장 사내협력업체에 입사하여 해당 공장의 타이어 제조공정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원고) 132명은 2011.3. K회사에 대하여 근로자지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광주지방법원 2012. 7.26. 선고 2011가합2120 판결)은 작업공간의 분리, 업무의 내용과 범위 구분 가능 등 K회사 근로자와의 혼재가 없고, 결원 발생 시 대체근로가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적법한 도급이라고 판단하자 근로자들이 항소하였다. 항소심(광주고등법원 2015.4.24. 선고 2012나4847 판결)은 ‘협력업체의 작업장소가 K회사 근로자들과 다소 떨어져 있다고 해도 파견근로’라고 판시하면서 제1심 판결을 취소하였고, K회사는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이른바 사내도급 3부작 판결을 통해 사내도급 형태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와 사용사업주(원청)와의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해석론 및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93707 판결(남해화학 사건)에서 파견법이 적용되어 직접고용이 간주되거나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는 근로자파견관계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대법원이 정립한 법리를 근거로 사내도급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파견과 도급(사내하청) 관련 판례법리는 계속 진화 중이다.

기업(사용자)이 타인(근로자)의 노무를 이용하는 방법에는 직접 고용하는 방법(직접고용) 이외에 직접 고용관계를 맺지 않은 외부노동력의 이용(간접고용)이 있다. 노무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관계를 이용하던 근로계약이 아닌 민법상의 고용, 위임, 사무관리, 무명계약 또는 용역계약을 이용하던 그것은 전적으로 이용자(사용자)와 노무제공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노동법의 생성원리에 비추어 민법상의 노무관계규정으로 노동법의 원칙을 잠탈하는 행위는 노동법제가 확립된 국가에서는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서 ‘고용과 사용’이 분리되는 간접고용은 노동법에서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고용형태이다. 노동법에서는 허용될 수 없었던 간접고용이 세계적인 고용유연화 추세에서 ‘근로자파견’의 형태로 제도화되었다. 그 결과 노동법의 이념과 원칙이 정립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되기에 이르게 된다. 파견법의 제정은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용자’, 즉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를 법으로 규정하면서 법적 틀 내에 있을 것을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IMF통화위기를 계기로 기업의 인건비 절감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일환으로 파견법이 제정되었다. 종래 근로자공급은 「직업안정법」에 의하여 금지되었는데, 1998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파견사업주의 ‘근로자파견’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합법화한 것이다.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제2조)을 말한다. 따라서 파견법상의 ‘파견’인 경우에는 사용자로서의 파견사업주가 존재하고, 사용사업주는 파견법상 사용하는 자로서의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당시 우리나라 파견법의 입법모델은 1972년에 제정된 독일의 근로자파견법과 1985년에 제정된 일본의 근로자파견법이다. 우리가 참고한 독일과 일본의 파견법은 노동시장의 변화 추세에 대응하고자 파견대상 직종과 파견기간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다양한 근로자파견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파견법의 개정 등을 통하여 파견대상 직종을 확대하였지만, 제조업에 대한 원칙적인 파견금지와 파견기간의 2년 제한 그리고 직접고용의무의 부과로 독일, 일본과 다르게 근로자파견을 대폭 완화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파견법은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많은 규제를 담고 있다. 때문에 근로자파견이 아닌 사내도급 또는 외주화(아웃소싱)로 필요한 외부노동력을 활용하고 있으며, 사내도급 형태의 노무제공은 도급계약을 매개로 하여 노동법, 특히 파견법의 규제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대상판결에서 근로자들은 원청과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원청과 사내협력업체들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은 위장도급으로서 그 실질에 있어서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므로 파견법 소정의 직접고용 규정의 적용을 주장하였다. 파견법 적용에서 종래 대법원은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서 외부노동력을 도급형태로 활용하였다고 하여도 원청의 근로자들과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이 장소적으로 공간적으로 혼재되어 공동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는 근로자파견을 인정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사내협력업체의 작업공간과 원청 근로자의 작업공간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었던 점에 특징이 있다. 

파견과 도급의 판단기준은 대상판결이 원용한 바와 같이, ①원청이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원청사업으로 편입되었는지, ③사내도급업체가 자신의 근로자의 근로에 대한 결정권한을 행사하였는지, ④사내도급 근로자의 업무가 원청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고 또 그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사내도급업체가 계약목적 달성을 위한 독립적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5가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다. 대법원이 정립한 판단기준 가운데 ①과 ②의 요소는 근로자파견임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징표인 반면, ③, ④, ⑤의 요소는 당해 계약이 도급계약임을 보여주는 징표에 해당한다. 이러한 징표를 놓고 근로관계의 직․간접 사실을 적용하여 근로자파견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종합판단설). 대법원의 이러한 태도는 ‘근로관계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그 근로관계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관점에 서면 당연한 귀결이다.

대상판결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을 부정하였지만, 작업장소가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면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따라서 파견법이 적용되어 고용간주 규정 또는 고용의무 규정에 의해 직접 고용된다고 보았다. 즉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K회사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K회사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실상 지휘․명령권을 행사하고 근로조건을 결정했으며, 협력업체는 독립적 설비도 부족하고 협력업체와 K회사가 담당할 업무도 구분되어 있지 않음이 인정된다며 파견관계로 판단한 것이다. 요컨대 원청이 사내도급 근로자들의 업무를 장소적, 공간적으로 원청 근로자의 업무와 분리․독립하더라도 업무가 기능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면 원청 사업장에서 공동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아 지휘․명령권을 인정할 수 있는 요소로서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본 것이다. 대상판결은 작업 과정에서 혼재되지 않고, 작업공간이 분리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도급이 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확인한 사례이다. 

 

노상헌(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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