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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에서 비교대상자 선정의 의미

  1. 서울행정법원 2017-07-07 선고, 2016구합53203
  2. 저자 김근주

 

【판결요지】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된 근로자의 업무가 기간제근로자의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아니하고 업무의 범위 또는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아야 한다. … 정규직 근로자 중 가장 높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하는 경우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는 기간제근로자보다 더 불이익을 받게 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비교대상근로자로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차별 판단은 비교를 전제로 하며, 이를 위하여 차별시정제도에서는 신청근로자(비정규직 근로자)와 비교를 하기 위한 근로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근로자를 흔히 ‘비교대상근로자’(또는 ‘비교대상자’)라고 부른다. 비교대상근로자는 불리한 처우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 기준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시정명령의 내용을 결정하는 근거 및 기준으로의 역할도 수행한다. 따라서 차별심사에서 비교대상근로자의 존부 또는 선정 타당성에 대한 판단은 차별심사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 즉 입구라고 할 수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9조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21조 제3항에서는 신청인이 차별시정 신청시 차별적 처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별적 처우가 있는지 여부는 비교판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노동위원회는 신청인이 명시한 차별적 처우의 범위 내에서 판단하며, 이에 따라 기간제법 제8조, 파견법 제21조 1항에 의해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시 신청인은 비교대상자를 선정하여 차별시정 신청을 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비교대상자 선정은 차별시정 신청의 당연한 요건이므로, 동종․유사업무에 종사하는 비교대상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차별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기간제근로자의 비교대상근로자 선정에 관한 판단을 하고 있는데,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내하청업체들을 통한 파견인력을 활용해 오던 중 2013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하, 이 사건 통보기관)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2014년 1월 10일 원고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비정규직지회와 사이에 이 사건 통보기관의 중재를 통하여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중 이미 퇴직하거나 정규직으로 채용된 45명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 28명을 포함한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54명을 직접 고용하였다. 그리고 참가인을 포함하여 직접고용된 근로자들은 2013년 11월 19일에 제정한 “연구시설운영직활용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연구시설운영직이라는 직제하에 무기계약근로자와 유기계약(기간제)근로자로 분리 고용하였다.

기간제근로자인 참고인은 2014년 11월 27일 이 사건 지침이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기능직 8등급에 비하여 고정급여(정액기본급, 연구활동비, 고정․차등평가급)와 복지수당(이하, 이 사건 임금 등)을 차별하여 적게 지급하고, 경력산정에 있어서도 군 경력을 반영하지 아니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고 있다고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 통보기관은 2015년 2월 17일 차별적 처우를 인정하였지만, 이에 대하여 원고는 불응하였다. 그러자 참고인은 같은 해 4월 7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하였으나 이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이후 참고인의 재심신청에 대하여 2015년 9월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참고인의 청구를 인정하여 차별적 처우에 따라 발생한 이 사건 임금 차액을 지급할 것을 판정하였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에 대하여 대상판결에서는 참가인과 비교대상근로자는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할 수 없고, 가사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하더라도 비교대상근로자의 선정이 적법하지 않기 때문에 참고인을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비교대상자 선정의 타당성, 즉 비교대상근로자가 ①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②복수의 비교대상근로자가 존재하는 경우 특정의 문제(선정의 정당성)이다. 이 중 ①에 대하여 대상판결에서는 기존 대법원의 선례를 인용하면서, “ …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된 근로자의 업무가 기간제근로자의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아니하고 업무의 범위 또는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다음 ②에 관해서는 “…정규직 근로자 중 가장 높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하는 경우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는 기간제근로자보다 더 불이익을 받게 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비교대상근로자로 가장 낮은 처우를 받는 정규직 근로자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초기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업무의 동종․유사성 판단에 있어서 ‘동일한 직무 내용과 성질’을 갖는 경우에만 비교가 허용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서 비교대상근로자를 선정하게 되면 작업과 업무의 내용뿐만 아니라 채용절차나 업무수행에서의 권한 및 책임, 기여도 등이 동일한 수준인지 평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방식은 사실상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상판결에서 인용한 대법원 2012.10.25. 선고 2011두7045 판결 이후에는 합리적 이유 판단 요소와 비교대상 판단 단계에 관한 구별 실익을 고려하여,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 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로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과 같이 사실관계 인정단계에서 ①업무 기여도, ②업무의 범위, ③ 근무형태, ④채용방식과 절차, ⑤업무 지식과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종래의 판단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비교대상근로자는 반드시 ‘동종 업무’가 아니더라도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까지 포괄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채용방식과 절차, 업무상의 권한과 책임, 업무난이도와 기여도 차이 등은 합리적 이유 판단 단계에서 검토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동종ㆍ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대상자들 중에 임금 등 차별시정 대상의 수준이 가장 높은 자와 가장 낮은 자가 병존하는 경우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그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처우를 받은 자를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하여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해서도 비교가능성 심사단계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불리한 처우의 정도가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합리성 심사단계의 고려사항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특히 비교대상근로자는 신청인이 선정한 자와의 불리한 처우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면 충분하며, 실질적 차별시정은 양자 간 특정한 자격이나 경력 차이를 고려하여 ‘합리적 이유’ 존부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다룰 수 있으므로, 반드시 ‘가장 낮은 수준의 처우를 받는 자’가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되어야만 차별시정 판단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차별시정제도를 통하여 시정해 나가기 위해서는 비교대상근로자 선정단계에서 가급적 대상범위를 폭넓게 해석하여 불리한 처우 및 합리적 이유 유무에 관한 실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서 나타난 비정규직 차별해소 부분을 살펴보면 ‘비교대상근로자’의 범위 확대를 통한 차별시정제도 활성화가 제일 처음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사법 심사에 있어서도 비교대상근로자 선정단계에서는 가급적 대상범위를 폭넓게 해석하여 불리한 처우 및 합리적 이유 유무에 관한 실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접근법이 요구된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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