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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의 교체와 제3자를 위한 계약

  1. 대전지방법원 2017-11-21 선고, 2015가단228451
  2. 저자 권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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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피고와 수자원공사는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피고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명시하였고,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관계에 관하여 근로조건 이행확약서 기재 내용을 따르기로 하는 의사의 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원고들을 비롯한 수자원공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십수 개의 용역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여러 차례 외부 용역업체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자원공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며 계속 근무를 하였던 점,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으로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원고들의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고용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청구하는 등 수익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위탁계약은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고용승계를 요구할 권리를 직접 취득하도록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는 1998년경부터 청소업무 등을 외부 용역업체에 위탁하여 수행하도록 하고 있고, 1998년경부터 이 사건 공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십수 개의 용역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여러 차례 외부 용역업체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자원공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며 계속 근무를 하였다. 이 사건 원고들도 최소 6년 이상 수차례의 용역업체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 소속을 바꾸어가며 이 사건 공사의 본사 사옥 청소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2013.12.11.경 이 사건 공사와  2014.1.1.부터 2014.12.31.까지 이 사건 공사의 청소 및 조경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피고는 위 계약체결을 위하여 실시된 입찰과정에서 이 사건 공사에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 등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하겠습니다.”라는 취지의 「근로조건 이행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위 위탁계약의 체결 직후인 2013.12.16. 미화원 및 조경보조원에 대한 채용공고를 하여 기존 용역업체에 근무하였던 원고들을 포함한 총 46명(기존 근로자 34명, 신규 지원자 12명)의 지원을 받아 신규채용을 위한 면접을 실시하고, 그중 원고들을 제외한 34명(기존 근로자 28명, 신규 지원자 6명)과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공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 등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제출함으로써 명시적으로 고용승계 약정을 하였음에도 원고들의 고용승계를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그 해고기간인 2014.1.1.부터 2014.12.31.까지의 임금상당액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가 입찰과정에서 입찰관련 첨부서류로 위 확약서를 작성하여 이 사건 공사에 제출한 사실을 자인하면서도, 위 확약서는 피고가 근로조건을 불이행할 경우 향후 입찰참가자격제한 조치 등 불이익 처분을 받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확약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항변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법적 쟁점으로는 ①피고가 이 사건 공사에 입찰참가서류의 하나로 제출한 이 사건 확약서가 이 사건 공사와 피고 간의 위탁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는지, ②위 확약서가 위탁계약에 편입되었다면 위 확약서상의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 등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하겠습니다.”라는 문구의 규범적 의미는 무엇인지, ③위 확약서상 고용승계의 제외사유로 기재된 ‘특별한 사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등이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이들 쟁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1) 이 사건 위탁계약과 관련된 문서는 일반용역계약서(최종) 외에 용역계약일반조건, 일반용역계약특수조건, 일반용역계약추가특수조건, 근로조건이행확약서 등이 있고, 피고가 위 문서들에 기재된 내용을 숙지하고 이를 이행할 것을 확약하며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한 사실, 정부의 지침이 곧바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나 공공기관인 이 사건 공사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피고에게 위 확약서의 제출을 요구하였고, 이 사건 위탁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여러 문서에서 피고에게 위 확약서에 따른 철저한 이행준수를 요구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위탁계약과 관련된 문서의 각 내용, 특히 청소용역계약에 있어서 계약조건 중 상충되는 사항이 있는 때에는 일반용역계약추가특수조건, 일반용역계약특수조건, 용역계약일반조건 순서대로 해석한다는 조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근로조건이행확약서는 단순히 입찰참가를 위한 권고적 서류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위탁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2) 피고와 수자원공사는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피고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명시하였고,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관계에 관하여 근로조건 이행확약서 기재 내용을 따르기로 하는 의사의 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원고들을 비롯한 수자원공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십수 개의 용역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여러 차례 외부 용역업체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자원공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며 계속 근무를 하였던 점,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으로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원고들의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고용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청구하는 등 수익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위탁계약은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고용승계를 요구할 권리를 직접 취득하도록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 이 사건 근로조건이행확약서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하도록 되어 있고,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주장, 입증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할 것인바, 이에 대한 피고의 주장, 입증이 없으므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고용승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피고들이 신규채용 형식을 빌려 원고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절한 이상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고용기간 동안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공사가 피고에게 이 사건 확약서를 요구한 배경, 이 사건 확약서의 문면상에 기재된 문구의 의미, 이 사건 공사에서 종래 용역업체의 교체에도 불과하고 소위 용역근로자의 고용이 승계되어 왔다는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상판결의 이러한 판단은 흠잡을 구석이 없는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 대상판결이 있기 전의 판례의 경향, 대상판결의 가치 및 한계 등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지난 2012.1.16. 정부는 관계부처합동으로 「상시․지속적 업무 담당자의 무기계약직 전환기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을 작성․배포하였고, 심지어 동 지침에서 “국회, 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도 금번 기준에 준하여 자체 개선방안을 마련․추진함이 바람직”하다고 다른 헌법기관들에 위 지침의 준수를 추천하기까지 하였다. 위 지침의 내용을 살펴보면, 용역업체 선정시 “일반용역 적격심사기준에 외주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관련 항목을 포함, 근로조건 관련 확약서 제출 여부를 심사”하고, 용역계약체결시 “①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 ②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용역계약기간 중 고용유지, ③적격심사시 제출한 외주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관련 사항 위반시 계약해지 및 향후 입찰참가자격 제한 가능” 등의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발주기관은 용역업체가 제출한 외주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관련 확약내용의 이행여부를 수시로 확인”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위 지침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단체 또는 기관’과의 관계에서는 법규성이 없는 행정지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위 지침 자체가 법규성이 없다는 사실은 위 지침에 따라 발주기관이 응찰자로부터 징구한 확약서가 계약에 편입됨을 방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조건이행확약서는 단순히 입찰참가를 위한 권고적 서류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위탁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적절하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확약서가 이 사건 공사와 피고 간의 위탁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면, 그 다음으로 동 확약서에 기재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 등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하겠습니다.”라는 문구의 해석이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위 문구를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고용승계를 요구할 권리를 직접 취득하도록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해석하였는바, 이러한 판단이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종래 대전고등법원 2016.10.7. 선고 2016누11696 판결은 “이 사건 청소용역시방서의 고용승계규정은, 이러한 규정을 특별히 명시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제3자인 참가인들에게 직접 권리를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체결된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고, 이 경우 참가인들이 승낙의 의사를 표시(고용승계 요구)한 이상, 원고로서는 이 사건 청소용역시방서의 고용승계규정에 따라 참가인들에 대한 고용승계의무를 직접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용역업체의 교체시 위탁업체와 새로운 용역업체 간에 체결된 고용승계의 약정의 법적 성질을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한 바 있다. 용역업체의 교체시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별도의 입법이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근로관계의 승계 문제는 결국 용역업체의 교체와 관련한 일련의 법률행위의 해석 내지 보충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인바, 이 경우 발주기관과 신규 용역업체가 기존 용역업체의 근로자를 수익자로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법률행위를 해석 내지 보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계약해석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사건 공사가 본사 사옥의 청소업무를 외주화한 이후 20년 가까이 거의 매년 용역업체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위 업무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그 소속을 바꾸어가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 사건 공사의 사업장 내에서 계속 근무를 하여 왔다는 이 사건 공사의 ‘사업장 관행’은 이 사건 확약서를 원고들에게 신규 용역업체와의 근로관계 형성에 관한 선택권(option)을 부여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해석하는 자료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 확약서의 의미를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에게 근로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권리(정확하게 말하면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직접 형성할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이해한다면, 이 사건 확약서에 고용승계의 제외사유로 기재된 ‘특별한 사정’은 원고의 권리행사에 대한 항변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주장, 입증책임이 피고에게 있음은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올바르다.

대상판결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공공부문의 용역계약 입찰과정에서 응찰자로부터 징구하고 있는 ‘근로조건이행확약서’상의 고용승계 확약의 의미를 기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위한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고 해석하는 방법으로 용역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도모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다만 이러한 취지의 확약서가 정부의 지침에 따라 공공부문에서나 징구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대상판결의 결론은 그 법리적 정합성은 별론, 현실적인 확장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용역업체 교체시 용역근로자의 보호는 종국적으로는 기업변동시 근로관계의 승계 및 근로조건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입법을 통하여 해결되어야 한다. 그에 앞서 ‘중간착취의 배제’를 선언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9조의 취지를 고려할 때 청소․경비업무 등 노무도급업무의 외주화 자체의 적법성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당연히 직접 고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 등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하겠습니다.”라는 확약서 따위를 징구하라는 지침은 공공부문 용역근로자의 보호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영세한 용역업체에게 전가함에 불과하다. 

 

권오성(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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