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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의 교체와 묵시적 영업양도계약

  1. 서울고등법원 2017-06-14 선고, 2016누6222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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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의 채탄 및 선탄 용역업체의 변경과정에서 종전 사업체와 원고들(사장) 사이에 묵시적 영업양도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인정하여, 종전 사업체와 참가인들의 근로관계가 원고에게 승계되고 종전 사업체와의 단체협약 또한 참가인들에게 적용된다고 보아, 참가인들의 정년 만료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며 또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와 결론을 달리한 1심판결을 취소한 판결.

 

 

도급인에 의해 외주 용역업체가 변경되어 기존 용역업체가 수행하던 사업이 신규 용역업체로 이전되는 경우, 기존 용역업체는 불가피하게 그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폐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폐지되는 사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의 법적 지위에 관해서는 이들의 근로관계가 신규 용역업체에 승계되는지, 승계된다면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어떠한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종래 법원은 영업양도 시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판례 법리를 원용하여 이러한 문제를 다루어 왔는바, 도급인에 의하여 용역업체의 변경이 이루어지는 대다수의 사안의 경우에는 기존 용역업체와 신규 용역업체 간에 어떠한 직접적인 ‘법률행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기존 용역업체와 신규 용역업체 간의 영업양도를 인정하기는 어렵고 그 결과 근로관계의 승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주류적인 경향이었다. 이처럼 종래 판례는 용역업체의 교체에 따라 실질적으로 사업의 이전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이를 영업양도로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용역업체의 교체로 인하여 기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가 해고되는 경우 이들을 구제할 적절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이러한 종래의 주류적인 판례와는 달리 기존 용역업체와 신규 용역업체 사이에 ‘묵시적 영업양도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인정하고, 나아가 이러한 묵시적 영업양도계약의 성립을 전제로 종전 용역업체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신규 용역업체에 승계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신규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승계 내지 채용을 거부하지 않고 이들을 채용한 경우에 있어 신규 용역업체와 근로자 간의 근로조건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문제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근로관계의 존속보호가 직접 문제되는 사안은 아니지만, 기존 용역업체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신규 용역업체에 승계되는가의 쟁점에 관하여 ‘묵시적 영업양도계약’이라는 법리를 인정하여 신구 용역업체 간의 근로관계의 포괄승계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용역업체의 변경 시 근로관계의 존속과 기존의 근로조건의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영업양도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이러한 판단이 과연 충분한 논증을 거친 것인지 혹여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타당성을 위하여 충분한 논증 없이 직관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대법원 1997.6.24. 선고 96다2644 판결은 “영업양도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총체, 즉 물적․인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으로서, 영업양도 당사자 사이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계약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러한 판시에 따르면 용역업체의 변경을 영업양도에 포섭시키기 위해서는 신구 용역업체 간에 영업의 양수도에 관한 법률행위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신규 용역업체가 경쟁입찰의 형식을 거쳐 도급인과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지만 경쟁입찰에 참여함에 있어 ‘종전 용역업체의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받는 것’을 전제로 입찰에 참여했던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신구 용역업체 사이에 ‘묵시적 영업양도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였으나, 신규 용역업체가 기존 용역업체와는 무관하게 도급인과 독자적인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신구 용역업체 사이에 사업의 이전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은 다소 무리한 사실인정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대상판결이 ‘묵시적 영업양도계약’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기존 용역업체의 단체협약이 신규 용역업체에 승계됨을 인정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생각되며, 구체적 타당성의 관점에서 이러한 노력은 높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사업의 이전에 따른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용역업체의 변경에 부수한 사업의 이전이라는 사실 자체로부터 근로관계의 승계라는 법률효과의 발생을 인정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관계의 승계 문제는 결국은 입법을 통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의 모색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며, 그러한 방법론 중의 하나로 근로관계 승계의 요건이 되는 영업양도 개념의 재구성을 전제로 영업양도에 관한 판례 법리를 유추 적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은 영업양도에 따른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하여 어떠한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문제의 해결을 법관의 법형성에 맡기고 있는바, 판례는 “영업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을 말하고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면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양도인과 근로자 간의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처럼 판례는 영업양도를 ‘인적 조직’을 포함한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의 양도라고 이해하여 왔는바, 이는 마치 영업의 양도인이 자신의 의사로 근로자(인적 조직)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고용의 전속성을 선언하고 있는 「민법」 제657조 제1항의 취지상 이러한 이해는 옳지 않다. 유기적 조직체로서의 영업이 제3자에게 승계되어 사업이 이전됨으로 인하여 근로관계가 제3자에게 승계된다는 이론구성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러한 근로관계의 승계가 영업양도인과 영업양수인의 의사의 합치에 근거한다는 발상은 근로자를 ‘인적 조직’이라는 용어로 치환하여 근로자의 인격권을 무시하고 나아가 근로자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영업양도에 있어 근로관계의 승계는 기본적으로 영업 자체가 이전되었다는 사실 자체에서 구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근로관계의 승계라는 법률효과가 인정되는 영업양도의 주된 개념징표를 ①기존 사업의 폐지와 ②사업의 총체적인 이전으로 재구성하는 전제에 선다면, 신구 용역업체 간의 영업 내지 자산의 양수도에 관한 법률행위의 존부는 용역업체의 변경에 따른 사업이전이 영업양도의 유형에 편속되는가를 평가함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 이처럼 근로관계의 승계라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영업양도를 판례와 같이 법률행위 그 자체로 인식하지 않고 그러한 법률행위의 결과 발생하는 ‘사업의 이전’이라는 사실을 주된 징표로 하는 유형적 개념으로 재구성한다면 이 사건과 같은 용역업체의 교체로 인하여 ‘사업의 이전’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사안을 영업양도의 유형에 편속시킬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영업양도에 관한 판례 법리를 적용 내지 유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오성(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월간 노동리뷰 2017년 10월호 (통권 제151호),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