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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계산원의 불법파견과 직접고용 의무

  1. 의정부지방법원 2017-07-14 선고, 2015가합7141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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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대형마트 계산원인 원고들이 용역업체에 고용된 후 대형마트(피고)에 파견되어 피고의 직접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으며, 파견사업주의 변동이 있었더라도 구 파견법 및 개정 파견법에 따른 피고의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되므로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했을 시에 받았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의 ‘다단계 고용관계’는 근로조건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형 유통업의 고용실태를 살펴보면, ‘직영사원(원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과 ‘비직영사원(사내하도급, 입점협력업체, 전문판매직원(개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과 비직영사원의 비율이 백화점 85%, 대형할인점 50~75%에 다다르고 있다고 한다. 대형 유통업계에서 나타나는 ‘다단계 간접고용’은 3자 관계를 넘어 4자 관계(유통업체-납품업체-파견사업주-판촉사원)가 성립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대형마트인 세이브존의 계산원으로 근무하던 2차 용역업체 직원들이 원청업체에 대하여 불법파견에 대한 구제를 신청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들은 2차 용역업체에 고용된 후 1차 용역업체를 통해 대형마트인 세이브존에 파견되어 2008년 입사 이후부터 2015년 퇴사일 무렵까지 지상 및 지하 계산원 등으로 근무하였다. 그런데 2014년 9월 30일, 2차 용역업체가 폐업하면서 원고들은 2015년 12월 이전에 모두 퇴사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1차 및 2차 용역업체가 세이브존의 관계사로서 실체가 없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함에 따라 세이브존과 원고의 관계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며 세이브존의 직접고용의무를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세이브존은 원고들이 2차 용역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무하였으므로 세이브존과 원고의 관계는 도급계약으로써 근로자파견계약관계가 아니며 직접고용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불법파견 판단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현대자동차 사내하청근로자 사건)에 따라 근로자 파견관계 인정과 직접고용의무를 판단하였다. 

우선 법원은 근로의 태양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해당 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라고 인정하였다.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①1차 용역업체의 역할이 미미하고 2차 용역업체는 스스로 업무수행의 판단이나 독자적인 이윤창출의 여지가 없던 점, ②2008년부터 설립 및 해산된 2차 용역업체의 전신 회사들 모두 피고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고 대부분 고용 승계를 했던 점, ③ 피고 매장의 특성상 표준화된 영업규칙에 대한 교육진행을 피고가 주도했던 점, ④업무내용․사전근무편성표의 수정 및 결정과 작업배치권․변경결정권이 모두 피고에게 있던 점, ⑤ 피고 매장 내 갑작스러운 사정변경(예상치 못한 손님의 일시적 증가 및 상담실 직원의 인원 감축 등)이 있는 경우 원고들이 투입된 점, ⑥피고들이 지정한 유니폼을 착용한 점, ⑦원고들이 수행한 업무가 단순․반복적인 것으로 상시적 근로가 제공된 점, ⑧원고들의 출입증에 피고 매장에 대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어 외형적으로 피고 소속 근로자와 구별이 어려웠던 점, ⑨임률도급방식을 사용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원고들은 2차 용역업체에 입사한 이후 피고 매장에 파견되어 피고들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들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하였다.

다음으로 피고들의 직접고용의무 발생에 대하여는 구 파견법 및 개정 파견법상의 위법한 근로자파견사업 및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따른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되며,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 제한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기간 중 파견사업주가 변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기존 법리에 따라, 대상판결에서도 파견사업주의 변경을 이유로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직접고용의무 발생일에 대하여는 각각 구 파견법에 따를 경우 입사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날 또는 개정 파견법이 시행된 날로 판단하였다. 또한 원고들의 근로제공 중단사유는 모두 2차 용역업체의 후속업체와 사이에 생긴 것에 불과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직접고용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대상판결은 직접 및 간접 생산공정의 인력활용방식에 대한 불법파견이 인정되어 오던 기존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을 통해 고객을 대면하는 판매업 및 서비스직종에 적용하여 불법파견을 인정하였다. 불법파견 관계에 관한 법적 판단이 기존의 제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므로, 법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판단 기준이 다른 업종이나 산업 부문에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들이 제시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을 통해 불법파견에 대한 법적 판단의 예측 가능성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우려를 조금이나마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대형 유통업체는 입점협력업체 종사자를 파견과 유사한 형태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형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유통산업의 하도급업체들이 대부분 경영상 독립성(자체 기술, 기자재 등)이 부족하고, 원청업체의 내부 시설이나 기자재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으며, 입점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파견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입법‧행정상의 다양한 조치들이 시행된 바 있지만, 사법적 판단이 이루어진 것은 ‘하청업체 소속 점장이 도급점포 직영화 전환 이후 근로계약이 만료된 사건’ 이후 두 번째인 듯하다. 이 사건에서 혼재 작업 없이 용역업체 근로자들만 근무하는 대형마트 계산원 직종에 대하여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을 계기로, 향후 대형 유통업, 더 나아가 산업‧업종별 현황을 반영한 불법파견 판단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월간 노동리뷰 2017년 10월호 (통권 제151호),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