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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사업주에 대한 하청근로자의 초과근로수당 등 지급청구가 인정된 사례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05-11 선고, 2016가단1710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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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1) 실질적으로 원고들과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원고들을 지휘, 감독한 주체는 피고라 할 것이고, 따라서 임금 및 퇴직금 주체는 피고라고 봄이 상당하다.

(2)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들이 그와 같은 포괄임금제 약정에 관하여 묵시적으로 합의하였거나 동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설령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그와 같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원고들의 업무가 감시․감독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며, 그와 같은 임금 약정이 원고들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포괄임금제 약정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하청근로자가 원청사업주가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주장하면서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 초과근로에 대한 미지급임금을 청구하여 받을 수 있을까? 대상판결의 법적 쟁점이 바로 이것이다. 

우선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이 사건 피고는 광산업을 수행하는 회사이고, 이 사건 원고들은 광부들로서 피고로부터 광물채굴을 위한 도급을 받은 하도급업체에서 근로하다가 퇴직한 자들이다. 이 사건 원고는 형식적으로는 피고의 하도급업체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실질적인 사용자는 피고이고, 원고들은 1일 8시간 2교대제로 주 6일을 근무하면서 고정급으로 정해진 일급 외에는 다른 수당들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였는데 광산채굴업은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고 실제 근무현황이 기록되고 있으므로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퇴직 이후 피고를 상대로 주휴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미지급 법정수당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우선 피고에 대한 원고의 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임금 등의 지급주체인 사용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즉 판례는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이른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을 인정한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하청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한 때부터 제3자(원청사업주)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 것이 되며, 제3자(원청사업주)는 직접고용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인정되는 시점부터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상 직접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

대상판결에서는 대법원이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되기 위한 요건을 설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①원고들은 형식적으로는 피고의 하도급업체인 ○, ○, ○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위 하도급업체는 시기만을 달리하여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대표자 ○○○, ○대표자 ○○○의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영주지청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도급업무 수행시 별도의 사업을 수행한 사실이 없으며, 계약 만료시 폐업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도급계약 만료시 소유장비 전부 및 소속 종업원 전부를 포함하는 영업 전부를 피고가 정하는 업체에 양도하기로 하고, 하도급업체 간 고용승계를 자동 연장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하도급업체의 대표들은 피고 소속 직원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작업에 필요한 장비가 피고 소유이고, 실제 작업에 있어서도 피고 소속 보안감독자에 의한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원고들의 퇴직 당시 피고가 퇴직금을 지급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이 사건 원고들의 실질적인 사용자, 따라서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 주체는 피고인 원청사업주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라 판단된다.

다음으로 대상판결에서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합의가 체결되었는지가 다투어졌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것이 아닌 판례에 의해 인정되고 있는 제도로, 판례에 의하면 포괄임금제란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시간외 근로 등에 대한 제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 금액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임금지급계약”으로 정의된다. 

포괄임금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우선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개별 근로자의 동의 등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시적 약정이 없이 실시되는 경우인데, 이에 대해 판례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근로자와의 명시적 약정이 없는 경우나 당사자의 계약의사가 불분명한 경우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서,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 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제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또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포괄임금제 실시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서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한편 최근 대법원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이라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근로시간, 정하여진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정액의 월 급여액이나 일당 임금 외에 추가로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명시적 합의가 없는 경우에 포괄임금제 합의를 인정하는 데 이전보다 엄격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또한 포괄임금제의 유효성과 관련하여 기존 판례는 폭넓은 범위에서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인정하여 왔으나, 대법원은 2010.5.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이후에는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구)근로기준법(2007.4.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현행법 제15조)에서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하면서(「근로기준법」의 강행성) 그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근로기준법」의 보충성),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등의 사정이 없음에도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약정된 경우 그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때에는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해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제한하고자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상의 포괄임금제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정리하면, 포괄임금제에 대한 당사자 간의 합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포괄임금제의 묵시적 성립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고, 포괄임금제에 대한 합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포괄임금제를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여 포괄임금제를 엄격히 제한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대상판결은 【판결요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 원청사업주의 포괄임금제 성립 및 유효성 주장을 모두 배척하여 하청근로자에 대한 초과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 지급을 인정하여 포괄임금제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기초한 것으로 타당한 결론이라 생각된다. 다만, 대상판결에서 포괄임금제의 성립과 유효성과 관련하여 그 판단근거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이를 일률적으로 나열하고 있는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포괄임금제에 대하여는 지속적으로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고, 현재 국회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안이 제출되어 있다. 포괄임금제는 우리나라 장시간근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포괄임금제는 편법․왜곡된 관행으로 법정근로시간을 무시하고,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를 내포하고 있는 제도이여서 휴일․휴가제도의 형해화를 초래하고, 장시간근로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근로자들의 건강과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시간근로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고, 이번 국회에서 그 결실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기선(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