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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에 의한 컨베이어 벨트 정지와 손해배상 책임

  1. 울산지방법원 2017-05-18 선고, 2015가합234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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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피고 근로자들이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공피치 현상이 발생하자 운영합의에 따른 투입비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조립라인을 정지시킨 것은, … 피고 근로자들의 라인 정지행위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방법과 태양에 관한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불법행위이며, … 원고 회사가 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권리남용이 아니다.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생산공정 방식을 활용하는 자동차산업에서는 노사가 작업공정 방식에 대한 합의를 한다. 이는 차량의 품종이 다양화됨에 따라 한 컨베이어 벨트 내에서 혼용 생산(유사 부품 차량에 대한 병행 생산)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노사가 작업 공정상의 원칙을 정하여 근로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노사의 단체협약을 바탕으로 생산라인별 부속 합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실제 작업과정에서 이러한 합의에 위반하는 경우, 노동조합이 위반을 이유로 작업 거부(컨베이어 벨트 정지)를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 사건에서는 노사가 체결한 ‘컨베이어 벨트의 투입비율 운영 합의’에 위반을 이유로 컨베이어 벨트를 정지한 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가 다투어진 사건이다.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5년 4월 20일, 현대자동차(이하, 원고 회사)와 원고 회사의 울산공장 1공장 의장1부 소속 대의원들(이하, 피고들)은 2015년 4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RB(2015년형 엑센트 차량의 프로젝트명)와 FS(2015년형 밸로스터 차량의 프로젝트명) 생산비율을 4:1로 맞추고, 다만 같은 차를 3대 이상 투입하지 않되 다른 차량의 공피치(빈 상태에서 벨트라인 보내기) 발생 시에는 투입비율을 예외로 한다는 내용의 투입비율 운영합의를 하였다. 그런데 2015년 6월 30일에 전산시스템 오류로 인하여 ‘RB 3대:공피치:RB 1대:공피치’ 현상이 발생하였고, 이에 회사 관리자들은 RB 1대를 선행 공피치 자리로 옮겨 ‘RB 4대:공피치:공피치’로 투입비율을 수정하였다. 

 

운영합의(예시) : RB->RB->공피치->RB->RB->FS

전산오류 발생 : RB->RB->RB->공피치->RB->공피치

투입비율 수정 : RB->RB->RB->RB->공피치->공피치

   

이러한 투입비율에 대하여 노동조합 대의원인 피고들은 ‘같은 차를 3대 이상 투입하지 않는다’고 한 운영합의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A는 06:50경부터 09:46경까지(129분), B는 07:29경부터 09:46경까지(114분) 각각 11라인의 파이널 공정 10군데에 각 설치된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 정지시키고,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라인을 재가동하려는 원고 회사의 관리자들을 막거나 밀어내고 관리자들이 라인을 가동하면 다시 정지시켰다. C는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지만, 06:55경부터 08:10경까지(55분) A와 B와 같이 회사 관리자들이 11라인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에 대하여 회사는 A, B, C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함과 동시에 이들의 행위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손해배상이 문제가 된 이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은 크게 ①행위의 불법성, ②손해배상 청구의 적법성, ③손해배상액의 산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법원의 판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법원은 먼저 라인 정지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전산시스템의 오류를 원고 회사가 의도한 것이 아닌 점, 야간작업에서는 수정된 투입비율로 이미 작업이 진행된 점, 공피치 현상으로 근로자에게 작업상 여유가 생긴 점, 피고들이 근거없는 의혹과 무리한 짐작을 한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본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라인 정지행위에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방법과 태양에 관한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반사회적 행위로서 불법(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으로 원고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지에 대하여 법원은 피고들의 라인 정지행위가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벗어난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으로써 이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원고 회사가 구하는 손해배상금액이 크다는 이유로 피고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하여 법원은 불법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손해, 조업 중단에 따른 손해, 고정지출비용 등으로 산정한 피고별 손해액에 대하여 원고 회사가 대규모인 점이나 원고 회사가 비용을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전부 산정한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별 손해액의 60%로 제한하였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A 등의 행위가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위협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의 자동차 생산라인 중지행위를 ‘작업중지권’ 관점에서 판단한 사건들과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법원은 노조의 행위에 대한 가장 유사한 법리로 쟁의행위를 검토하였는데, 노사합의에 따른 이행의무 위반에 대한 실력행사가 쟁의행위로 판단되어야 하는지, 이러한 유형의 쟁의행위가 통상적인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구조와 동일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에서는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쟁의행위는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하므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 이 사건의 행위가 그 태양에 있어서는 쟁의행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의도에 있어서는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라기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이행의무 위반에 대한 자력구제라는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으며, 이 경우 단체협약을 이행하도록 적절한 제재수단으로 영향을 미칠 의무가 인정될 수 있는지, 인정된다면 그 범위와 한계는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한편 이 판례에서도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산정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판례 법리가 지닌 문제점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제도의 목적이 손해의 전보에 있으므로, 실제로 입은 손해액 이상을 배상받는 것을 제한하기 위하여 손해액을 60%로 제한한 법원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 다만 일응 추정법리에 따라 구체적인 사실의 증명없이 쟁의행위와 영업손실 전부에 대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증명책임을 경감한 것으로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사용자 측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고 근로자에게는 상당히 불합리한 해석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추정법리에 따라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영업상 손실로 발생한 일실이익 전체를 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인정하기보다는 사용자 측에게 조업중단으로 제품생산을 못해 생산제품의 판매로 얻을 수 있는 매출이익을 올리지 못한 손해와 조업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지출되는 고정비용 등에 대한 엄격한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월간 노동리뷰 2017년 9월호 (통권 제150호),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