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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총무의 근로자성 등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06-23 선고, 2017노92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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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1) 고소인들의 업무가 근무시간 내내 이어지지 않고, 정해진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공부를 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고시원 총무가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는 되겠지만, 근로자성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사유는 되지 못한다.

(2) 피고인은 특별한 시간의 제약이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업무지시를 고소인들에게 하였고, 고소인들은 피고인의 돌발적인 업무지시를 이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하면, 고소인들이 특별한 업무가 없어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은 피고인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게시간이 아니라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고소인들은 피고인에게 최저임금과의 차액 상당임금을 청구할 때에는 자신들이 월 40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았음을 전제로 하였던 반면, 퇴직금은 월 89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음을 기초로 산정해 청구하여 그 주장이 일관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이 고소인들에게 제공한 방의 경우에도 이것이 시혜적으로 제공한 것인지, 임금의 일부로서 지급한 것인지 그 성격이 객관적으로 뚜렷하지 않다고 볼 여지도 있다(임금은 금품청산이 원칙이지만, 고소인들의 필요에 의하여 임금과 방 사용료를 상계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보면 그 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에 원심이 자세한 설시한 분쟁의 경과와 고소인들이 요구한 내용이 변경되어 온 경위까지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임금채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법적 쟁점들을 논리적 순서에 따라 배열해 보면 ①고시원 총무인 고소인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②고소인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계산의 전제가 되는 ‘실근로시간’은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휴게와 대기시간의 구분), ③피고인이 이러한 ‘실근로시간’에 최저임금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을 임금의 정기지급일에 전액 지급하였는지(임금체불죄의 성부), ④고소인들이 퇴직한 이후 임금과 퇴직금을 법정기일 내에 청산하였는지(금품청산죄의 성부) 여부가 차례로 문제될 것이다.

이러한 쟁점들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①고시원 총무인 고소인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고소인들을 고시원 총무로 사용하는 대가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는 동시에 고시원의 방을 이용하도록 한 계약은 근로계약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 등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제17조 위반죄를 구성하고, ②피고인은 특별한 시간의 제약이 없이 고소인들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고소인들은 이에 응하여 업무지시를 이행하였으므로 고소인들은 피고인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게시간을 부여받은 사실이 없는 바 이는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제54조 제1항 위반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고소인들의 업무가 근무시간 내내 이어지지 않고, 정해진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공부를 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고시원 총무가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는 되겠지만, 근로자성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사유는 되지 못한다.”는 판시는 매우 유의미하고, 대상판결이 확정될 경우 향후 고시원 총무의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선례로서의 가치를 갖게 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상판결은 위 ③, ④의 쟁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임금채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는 바, 대상판결의 이러한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체불된 임금액이 정확하게 산정되어야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43조 위반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가? 체불된 임금액은 양형에서 고려되어야 할 사정일 뿐, 범죄의 구성요건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피해액에 따라 적용법조가 달라지는 범죄(예컨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죄 등)라면 피해액이 범죄구성 요건이 되겠지만, 전형적인 채무불이행죄인 임금체불의 경우 미지급된 임금액은 양형의 사유일 뿐 범죄구성 요건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검사가 미지급된 임금액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고 적어도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액을 기초로 산정된 금액보다 단 1원이라도 덜 지급했다면 유죄로 판단했어야 할 것이다.

(2) 대상판결의 판시 중 “임금은 금품청산이 원칙이지만, 고소인들의 필요에 의하여 임금과 방 사용료를 상계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보면 그 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는 내용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 2001.11.27. 선고 2000다51544 판결에 반한다. 나아가 이러한 판단은 현물로 임금을 지급하는 truck system이라는 위법한 관행도 근로자만 동의하면 인정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3) “임금채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43조 위반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 피고인의 ‘책임고의’를 부정하는 판단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단 1원이라도 임금이 체불되었다면 임금체불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은 충족된 것이고, 사용자가 자신이 근로자에게 지급한 금원의 액수가 얼마인지 인식하는 한, 객관적 구성요건 사실에 대한 인식과 인용으로서의 구성요건적 고의의 존재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임금체불의 경우 사실의 착오로 구성요건적 고의가 조각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억지로 사례를 만들어보자면, 자기앞수표로 임금을 지급하였는데 알고 보니 그 수표가 위조수표였다는 정도의 사례에서나 사실의 착오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의 “임금채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는 판시는 결국 사용자의 금지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고, 따라서 책임이 조각된다는 평가라고 이해된다. 즉, 대상판결은 피고인의 ‘책임고의’를 부정한 것이고, 일상용어로 바꾸어 말하면 결국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임금을 체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법언(法諺)이 보여주듯 금지의 착오의 정당성은 매우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판단은 동의하기 어렵다.

(4) 마지막으로, 사실인정은 사실심 법원의 전권이기는 하지만 대상판결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고소인 중 한 명은 2014.3.5경부터 2015.7.26경까지 1일 7시간씩 근로하였고, 다른 한 명은 2014.9.5경부터 2015.9.25경까지 1일 8시간씩 근로하였다’는 사실(대상판결 5면 참조)과 위 기간에 적용될 최저임금액(2014년:시간급 5,210원, 2015년:시간급 5,580원)을 고려해 볼 때, 고소인들이 사용한 고시원 방값 월 49만 원을 임금으로 인정하여 월 급여액을 89만 원으로 인정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금액이 위 실근로시간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여 산정한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면 임금체불죄의 성립을 인정되었어야 옳다고 생각된다. 

 

권오성(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월간 노동리뷰 2017년 9월호 (통권 제150호),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