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및 건너띄기 링크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고용노동정보

노동판례리뷰

홈 고용노동정보 노동판례리뷰
인쇄

공정대표의무의 범위와 차별의 증명책임

  1. 서울고등법원 2017-03-30 선고, 2016누70088 판결

FACEBOOK TWITTER SCRAP DOWNLOAD PRINT BOOKMARK

【판결요지】

(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부과된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노동조합과 근로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며,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노동조합에게도 미치도록 하는 정당성의 기초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교섭을 전후하여 노동조합 간 그리고 조합원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전 과정에서 준수되어야 하고, 나아가 위와 같은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에 비추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는 교섭대표행위를 함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소수노동조합이 받는 불합리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적극적 의무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사용자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동조합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 차별의 존재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소수노동조합이 부담하고, 차별이 입증된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이를 주장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정대표의무의 범위에 관해 매우 유익한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의 원고(항소인)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고, 피고(피항소인)는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이며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소수노동조합이다. 원래 이 사건에서는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위반과 함께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문제되었으나, 이 판결에서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위반만이 다투어졌다. 

참가인인 소수노동조합은 다음 네 가지 행위, 즉 회사가 ①단체협약체결 이전부터 원고에게만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것, 교섭대표노동조합이 ②노조게시판 사용에 있어 참가인 지회를 차별한 것, 그리고 회사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③단체협약 체결 이전부터 근로시간면제 한도 배분에 있어 참가인 지회를 차별한 행위와 ④단체협약에서 참가인 지회에 차별적 효과를 미치는 격려금 및 성과금 지급제외 기준을 명시한 행위 등이 양자의 공정대표의무위반이자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은 두 가지 쟁점을 다루었다. 하나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범위이고 다른 하나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소수노동조합 사이에 차별이 있다는 주장에 관해 차별의 증명책임(대상판결은 ‘입증책임’이라 함)을 누가 부담하는가이다. 전자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1심 판결이 채택한 사실인정 및 위 (가)의 판지를 그대로 인용하였다. 후자와 관련해서 대상판결은 위 (나)의 판지와 같이 차별의 존재 여부에 관한 증명책임은 소수노동조합이 부담하는 반면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말한다. 이하 같다) 제29조의4 제1항의 문언과 관련 법 규정들의 해석을 들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범위이다. 이 부분에 관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1심 판결, 즉 서울행정법원 2016.9.29. 선고 2015구합8459 판결의 관련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1심 판결은 노동조합법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파악한다. 노동조합법이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만 단체교섭 및 쟁의의 주도권을 인정함으로써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의해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은 이를 수인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소수노동조합 및 그 조합원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막기 위해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나아가 공정대표의무의 법적 기능을 두 가지로 파악한다. 하나는 “헌법이 노동조합과 근로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며”, 다른 하나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수노동조합에게도 미치도록 하는 정당성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1심 판결(즉 대상판결)은 공정대표의무의 구체적 범위는 공정대표의무의 이상과 같은 존재 이유와 기능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즉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교섭을 전후하여 노동조합 간 그리고 조합원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전 과정에서 준수되어야” 하고,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는 교섭대표행위를 함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소수노동조합이 받는 불합리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적극적 의무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시했다. 이러한 법리에 기해, 1심 판결은 참가인이 주장하는 네 가지 행위에 대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공정대표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게시판 사용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으로 차별을 하였고, 기타에 관해서는 불합리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대상판결이 밝힌 공정대표의무의 근거와 범위에 관한 설시는 매우 흥미롭다. 공정대표의무의 원조인 미국의 경우에는 공정대표의무를 이른바 배타성의 내재적 의무로 본다. 즉 교섭단위 내 모든 근로자를 배타적으로 대표하는 것에 따르는 당연한 내재적 의무로 본다. 그에 비해 우리의 공정대표의무는 그것을 넘어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의 합헌성을 위한 필수적 전제로 본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의해 단체교섭권과 쟁의행위권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는 소수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의 보호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러한 법적 근거의 차이는 공정대표의무의 범위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이 특정 근로자(집단)에게 ‘자의적(arbitrary)이거나 차별적(discriminatory)이거나 또는 불성실한(in bad faith)’ 것인지에 초점을 두는 반면에, 우리의 공정대표의무는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은 물론이고 단체교섭의 전 과정에 걸쳐서 그리고 단지 차별하지 않는 소극적인 것에 머물지 않고 존재하는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노력할 적극적인 것에까지 이른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공정대표의무는 전가의 보도가 아닐 뿐더러 종종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교섭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약점을 가진 양날의 칼이라는 사실이다. 공정대표의무의 범위와 위반 인정에서는 공정대표의무의 양면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실 대상판결과 1심 판결에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한 행위들은, 즉 노동조합 사무실과 게시판의 사용 및 근로시간면제시간의 부여 등은, 단결권의 기초로서 모든 노동조합의 존립과 활동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으로서 반드시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할 편의에 속한다. 이런 것들에 특히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적극적 평등 의무가 요구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강성태(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