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및 건너띄기 링크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고용노동정보

노동판례리뷰

홈 고용노동정보 노동판례리뷰
인쇄

내국인 승무원에 대한 용모제한 규정의 국적차별 여부

  1. 서울고등법원 2017-02-08 선고, 2016누50206 판결

FACEBOOK TWITTER SCRAP DOWNLOAD PRINT BOOKMARK

【판결요지】

ㆍ종교나 관습 등에 의하여 수염 허용 여부를 달리 규제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다면 이는 ‘국적’이 아닌 그러한 사유를 기준으로 내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조항이 ‘국적’을 기준으로 수염을 기르는 것에 대한 허용 여부를 달리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부당한 차별로 헌법 제11조 및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반한다. 

ㆍ원고는 일단 용모규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이상 그 내용에 동의하지 않거나 그러한 규제가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생각하더라도 근로자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고 임의로 이를 위반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비행정지는 정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은 결국 부당한 규정에 대하여도 사업주가 이를 규정하였다면 근로자는 일단 이를 준수할 의무만이 있고, 근로자가 그 부당성을 주장하며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사업주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그 근로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의 업무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원고의 용모 규정은 운항승무원의 수염을 금지하면서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 운항승무원은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고 있다. 원고 회사는 기장인 A에게 턱수염을 면도할 것을 명령하고 이를 따르지 않자 비행 업무를 약 2주 동안 정지시켰다. A는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처분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징계양정이 적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제명령을 하였다. 행정소송 1심에서는 ‘이 사건의 비행정지가 근로계약 등에 위배되거나 권리 남용에 해당하지 않고, 경영상 필요나 업무수행을 위한 합리적 이유에 근거’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인 항공사는, 항공기 기장으로 10년간 근무하던 근로자 A가 갑자기 수염을 길렀고 이에 대해 용모규정에 따라 면도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항공사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여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상태인지 확신하기 어려웠다고 항변하였다. 참가인 A는 이 사건 용모규정이 국적에 따른 차별로 부당하여 따를 수 없었을 뿐 비행을 하기에 부적합한 심리적, 신체적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문제된 용모규정이 국적에 따라 차별하는 위법한 규정인지 여부가 비행정지 명령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근로기준법의 균등처우 원칙(제6조)은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 용모규정은 수염을 금지하되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하기 때문에 균등처우 원칙에 반하는 국적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 사건 용모규정이 국적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대우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고, 이러한 차등대우를 국적차별의 예외로 보고 정당화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원고인 항공사는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 이를 허용함으로써 외국인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내국인에게 적용하는 규정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A가 제기한 진정에 대해 외국인을 불합리하게 우대하는 규정이라기보다는 상대적 소수집단인 외국인에 대한 차이를 인정한 것으로 국적 차별이 아니라고 한 국가인권위의 결정과 유사한 맥락이다. 

이 사건 재판부는 문제된 용모규정이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에게 예외를 허용한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관습이나 종교 등과 관련 없이 내국인/외국인 여부만을 기준으로 수염 허용 여부를 달리 적용됐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수염을 길러야 할 특별한 관습 등의 사유가 없고 외모만으로는 외국인 승무원인지 여부를 알기 어려운 동양인 승무원의 경우, 업무의 내용이나 고객들에 대한 인식 등에 있어 내국인 승무원과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수염이 허용되는 반면 내국인 승무원은 전면적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주장과 같이 종교나 관습 등에 의하여 수염을 반드시 길러야 할 외국인을 소수자로 보고 배려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다면 이는 ‘국적’이 아닌 ‘종교, 관습’ 등을 기준으로 내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사 측은 국적차별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외국인의 다양성 배려에 더하여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비행기 운항업무의 특성을 제시하였다. 항공사 소속 근로자의 단정한 용모와 복장은 준비된 근무자세와 책임의식을 표상하고 항공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와 직결되므로 용모규정을 통해 내국인 직원의 수염을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부싸움을 한 것으로 확인된 기장에 대해 면담 등을 거쳐 비행에 적합한 상태인지 체크할 정도로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 항공사의 특성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이 사건 판결은 “수염을 기른 내국인 승무원이 수염을 기른 외국인 승무원에 비하여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자료가 제출되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 동종업계 다른 항공사는 내국인 승무원의 수염을 전면 금지하지 않은 점, 원고 역시 외국인에 대하여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염을 허용하는 점, 소속 외국인 승무원 137명 중 20명 이상이 수염을 기르고 있음에도 고객불만이 접수된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항공사라는 기업의 이미지에 방해되거나 내국인 승무원의 수염이 외국인 승무원과 달리 근무자세나 책임의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용모규정이 유효하더라도 그 위반 관련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비행정지를 명한 것이 정당한 업무명령인지 여부도 예비적으로 검토되었다. 설령 이 사건 용모규정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그 위반만을 이유로 비행정지를 명령한 것은 정당한 업무명령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 무효하다는 것이 항소심의 판단이다. 이미 5개월 동안 수염을 길렀음에도 임원의 지적이 있던 날 바로 비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점, 참가인 A가 해당 용모규정의 위법성 및 개선 필요성에 대해 합리적으로 지적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된 규정을 준수하면서 비행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 면도를 거부하는 A가 비행에 적합한 신체적, 심리적 상태인지 동료 기장 등에게 확인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채 규정 위반만을 이유로 비행정지 명령을 했다는 점 등을 보건대, 해당 업무명령에 업무수행상 필요한 합리적 이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업무수행상 필요성에 비해 근로자에게 미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크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근거이다. A는 비행정지 명령으로 인해 월급여의 30%에 해당하는 비행수당을 받을 수 없었는데, 근로기준법에서 감급이 월급여의 10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 취지를 고려했을 때 과다한 불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부당한 규정에 대하여 근로자가 그 부당성을 주장하며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불리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는 원고 측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서구에서는 수염, 터번 착용을 제한하는 외모규정이 종교 및 인종차별 소송으로 제기되어 판례가 형성되었고, 소수종교 및 인종에 대한 차별이 되지 않도록 다양성을 포괄하는 사규를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 인권기구들의 방침이다. 우리 사회 내 소수집단인 외국인의 다양성을 수용하기 위한 규정으로 차별이 아니라고 본 국가인권위의 결정도 소수종교 및 인종에 대한 차별을 방지할 필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의 용모규정은 수염과 관련하여 다양한 요구가 발생하는 종교 및 인종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국적만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에서 외국의 사례와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비록 이 사건 규정에서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이라고 수식하기는 하였으나, 외국인 승무원에 대해서는 종교나 관습을 묻지 않고 수염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적을 기준으로 차등대우 하는 규정이다. 설령 외국인 승무원의 종교나 관습을 검토하여 허용했다 하더라도, 종교적 이유로 수염을 길러야 하는 내국인에 대해서 다르게 대우하여야 할 정당한 사유를 제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적차별이 성립할 수밖에 없다. 항공사 업무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균등처우 원칙을 준수하는 용모규정을 운용하려면 “종교나 인종, 관습상 콧수염이 필요한 임직원에 대하여는” 허용된다고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

이 판결은 업무명령의 정당성 인정 범위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부당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해당 업무명령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1심 판결에서는 항공 운항의 안전을 확보하고 고객으로부터 만족과 신뢰를 얻는 데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일반 기업체에 비해 복장, 용모에 대하여 폭넓은 제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당한 업무명령이라고 하였다. 반면에 항소심 판결에서는 수염을 기르는 것이 비행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치 않고 균등처우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 수염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 근로자의 불안정한 심리상태, 운항규정 미준수 의지 등을 보인다고 판단할 근거를 회사에서 확보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항공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비행정지를 명령할 업무상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며, 규정위반만을 근거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미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