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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이며 정년 후 재고용된 기간제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 법리를 인정한 사례

  1. 대법원 2017-02-03 선고, 2016두5056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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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 갱신기대권 법리와 함께 기간제법 및 고령자고용법의 규정들의 입법취지와 사업장 내에서 정한 정년의 의미 및 정년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계약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 등을 모두 고려하면, 정년을 이미 경과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고려하는) 제반 사정 외에 해당 직무의 성격에 의하여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과 당해 근로자의 업무수행 적격성, 연령에 따른 작업능률 저하나 위험성 증대의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을 경과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 및 계약이 갱신되어 온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1)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관계는 당연히 종료된다.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판례는 여기에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한다. ①기간을 정하였다고 하지만, 형식상 기간을 정하였을 뿐이고, 실제로는 기간을 정한 것이 아닌 경우이다. 이 경우는 기간 만료가 인정되지 않는다. ②기간제 근로자가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갱신기대권을 가지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사용자가 부당하게 갱신을 거절하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종전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된다. ③기간제 근로자가 기간을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리라는 전환기대권을 가지는 경우이다. 이 경우 사용자가 부당하게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그 이후의 근로관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으로 된다. 

대상판결은 위 ②인 갱신기대권에 대한 판결이다. 상시근로자 49명을 사용하여 골프장업을 운영하는 회사인 사용자가 2011.10.1. 이 사건 근로자들(5명)과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2014.2.28.까지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채 계속하여 코스관리팀 사원으로 사용하였고, 사용자가 2014.3.1. 정년(인사규정에서 만 55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을 정년으로 정함)이 도과한 이 근로자들과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을 2014.3.1.부터 2015.2.28.까지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하였고, 사용자는 2015.1.5. 이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기간이 같은 해 2.28. 만료된다고 통보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판결요지와 같이 이 근로자들에게 정년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 결과 이 근로자들에게는 정년이 도과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갱신거절의 정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 대상판결은 갱신기대권 사례로서 두 가지 특별함이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고령자처럼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인 자에게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상판결의 근로자들은 55세 이상의 고령자이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고령자(55세 이상)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으며,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더라도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지 않는다(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4호, 고령자고용법 제2조 제1호 및 고령자고용법시행령 제2조 제1항 참조). 기간제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후에는 그 법 규정에서 2년을 초과하여 사용자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으니, 기간제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판례 법리에서 인정되어온 갱신기대권은 이제 부인된다는 반론이 있어왔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가 기간제 근로자 및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에 관한 위 법리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기간제법에서 고령자를 사용기간제한의 예외로 정한 입법취지는 “고령자에 대하여도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할 경우, 고령자에 대한 채용 자체가 기피되어 고령자에 대한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취지가 판례가 인정해온 갱신기대권 법리를 부정하지 못한다.

둘째, 대상판결은 정년을 이미 경과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상판결의 근로자들은 정년(이 사건의 경우 55세)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하였다. 정년이 경과한 후 기간제로 재고용한 경우에는 이미 정년이 지난 상태이므로 갱신되리라는 기대는 생길 수 없다는 반론이 있어왔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위 판결요지처럼 ①일반적으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고려하는 제반 사정(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과 더불어 ②정년이 경과하였다는 점 때문에 추가하여 고려하는 사정들인 “해당 직무의 성격에 의하여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과 당해 근로자의 업무수행 적격성, 연령에 따른 작업능률 저하나 위험성 증대의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을 경과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 및 계약이 갱신되어 온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고령자고용법 제21조는 사업주에게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그 직무수행 능력에 맞는 직종에 재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고령자인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퇴직금 등 계산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 종전의 근로기간을 제외할 수 있고 임금의 결정을 종전과 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정년퇴직자의 재고용 조문은 정년 이후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그러한 입법 취지가 판례가 인정해온 갱신기대권 법리를 부정하지 못한다. 다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정년 경과 때문에 추가하여 고려하는 위의 사정들(②)을 아울러 살피게 된다.

 

(3) 갱신기대권은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판례가 인정한 법리이다. 기간제법은 단지 사용기간의 제한을 설정할 뿐이며, 그 제한도 제외되는 경우들을 인정한다. 그래도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지 사용자에게 기간제 근로자 사용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고령자고용법에서 고령자 또는 정년을 경과한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일반적인 근로관계와 달리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나, 이 또한 고령자의 고용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규정이다. 이러한 법률들의 입법 취지가 오히려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강화하는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판례는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기여해온 갱신기대권 법리가 여전히 적용된다는 점을 계속 밝혀오고 있다.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이미 발생한 갱신기대권은 여전히 존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제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새로이 고용된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갱신기대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 여러 사건이 대법원에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갱신기대권의 판례 법리는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보장을 위한 ‘만능(萬能)’이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사용자가 갱신기대권의 ‘형성’ 자체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아울러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될 우려가 있는 여러 사정들을 제거한다면, 갱신기대권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에게 계약이 갱신되리라는 기대를 주지 않는 방식이다. 갱신 여부는 언제나 사용자의 자유재량에 맡겨져 있고, 실제 갱신되지 않는 전례가 많아, 근로자로서는 고용불안이 더 크다. 갱신기대권 판례 법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법리를 회피하고 싶은 사용자에게 고용불안이 가장 심한 ‘나쁜 고용’을 유혹한다.

결국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보장을 위해서는 입법적 보완이 절실하다. 갱신 여부와 정규직 전환 여부를 사용자의 자유재량에 맡기지 말고, 거절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법이 규정하여야 한다. 또는 아예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하여 법이 규정하여야 한다. 

 

김홍영(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